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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기고]공영방송 바로 세우기

국민과 소통하지 않는 불통의 아이콘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달리 탈권위적인 소탈한 행보로 국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이 국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으면서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해 광장에서 촛불을 든 국민들의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어달라는 국민들의 여망을 실현해야 할 책무를 가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기 위해 실천하기로 국민과 약속한 대선공약 중에는 무너져버린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회복하겠다는 약속도 포함되어 있는데, 주 내용은 시청자가 주인인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위한 제도개선 약속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공영방송 제도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언론의 독립성 보장을 위한 KBS, MBC, EBS 등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과 방송사업자와 취재·제작·편성 부분 종사자 대표가 동수로 추천하는 위원으로 구성되는 편성위원회 설치, 시청자의 무료 보편적 방송시청권 보장, 그리고 시청자가 참여하는 독립적인 ‘TV수신료위원회’ 설치 등이다.

 

그런데 이러한 방송 관련 공약들은 가능한 한 빠른 시간 안에 시행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지만 아직까지 KBS와 MBC는 박근혜 정부 시절 모습에서 거의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정권홍보 수단의 역할을 충실히 해 왔던 그 모습 그대로일 뿐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 더불어민주당에서 추천한 이사들이 모두 퇴장한 가운데 자유한국당에서 추천한 이사들만 모여서 선출한 사장이 MBC 사장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정권홍보 수단으로 전락한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외치다가 부당하게 해직당하고 좌천당한 구성원들은 아직까지 복직되거나 원래 부서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망가뜨린 공영방송의 상태와 정권의 언론장악에 반발했다가 부당하게 해직되고 좌천당한 종사자들이 방송현장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방송 관련 공약들이 빠른 시간 안에 시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여당이 더 많은 숫자의 이사를 추천하도록 되어 있는 편파적인 공영방송사 이사진 구성 비율을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고, 사장을 추천할 때는 다수결이 아닌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노사가 동수로 추천하는 인사로 구성된 편성위원회를 설치해 방송 제작의 자율성과 편성의 독립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들이 직접 내는 공적재원인 TV수신료의 공정하고 효율적인 운영을 관리·감독하는 기관인 TV수신료위원회를 설치하여 KBS가 일방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수신료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TV수신료는 국민이 납부하는 준조세 성격의 공적재원으로 수신료의 운영과정에 대한 관리·감독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TV수신료는 주로 여당 추천이사들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KBS이사회가 운영을 관리·감독해 왔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KBS이사회의 독단적인 TV수신료 운영에 대한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TV수신료의 공정하고 효율적인 운영을 관리·감독할 수신료위원회를 독립적으로 설치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 TV수신료위원회의 독립적인 설치와 운영을 통해 TV수신료를 할당받는 대상자 중 하나인 KBS가 일방적으로 수신료 운영을 결정하도록 되어 있는 현재의 불합리한 구조를 바꿔, TV수신료의 납부자이면서 수혜자는 시청자들의 복지가 실질적으로 실현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망가질 대로 망가진 공영방송을 바로세우기 위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편성위원회 설치, 그리고 시청자들이 지불한 TV수신료의 공정한 사용과 운영을 관리·감독할 TV수신료위원회 설치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다시는 공영방송이 과거처럼 정권의 눈치나 살피면서 스스로 국정 홍보의 나팔수로 전락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 신문방송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