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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옴부즈만

[미디어 세상]문제는 동영상이야!

20대 국회의원 총선이 새누리당 참패로 끝났다. 더불어민주당이 1당이 됐고, 국민의당은 정당지지율 2위를 기록하며 38석을 얻는 대약진을 했다. 여야 3당은 이번 총선의 의미를 각각 다르게 규정했다. 새누리당은 ‘문제는 국회야’라고 했고 더민주는 ‘문제는 경제야’라고 했으며, 국민의당은 ‘문제는 정치야’라고 했다.

국민들은 ‘문제는 국회’라고 말한 집권여당의 무책임한 꼼수를 심판했다. 총선은 정부가 해온 일에 대해 국민의 심판을 받는 자리이지 힘없는 야당을 심판하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 결과를 조금 과장해서 일반화하면, 국민의당 돌풍이 새누리 심판과 더민주 선전의 견인차가 됐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국민의당 돌풍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국민의당은 지난 2월2일 창당한 이래 극단적인 지지율 하락을 경험했다. 국민의당 지지율은 안철수의 존재감과 같이 움직였다. 안철수의 존재감이 커지면 오르고 존재감이 약해지면 내려가는 패턴을 보인 것이다. 한국갤럽 기준 국민의당 지지율은 2월 말쯤 8%까지 급락했다. 3월1일부터 ‘안철수, 국민 속으로’라는 동영상 캠페인이 시작됐다. 안철수를 당 중진들의 숲으로부터 분리해 그가 가진 이미지와 메시지를 ‘독립’시키기 위한 전략이었다. 처음엔 트위터와 연동된 페리스코프 앱으로 라이브를 시작했고, 곧이어 올해 1월부터 서비스되기 시작한 페이스북 라이브를 결합했다. 하루 일정을 정리하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올라온 지지자들의 댓글을 읽어주는 내용이었다.

안철수가 직접 밝혔듯이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목소리를 대신 전하는 스피커가 되기 위한 취지”였다. 정리방송을 기본으로 하고 현장 중계도 결합했다. 택시를 타고 기사와 대화를 나눈다든지 포장마차에서 청년들과 대화를 하는 장면을 생중계한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생방송을 진행했다는 점이다. 43일째 생방송은 국회를 배경으로 ‘대국민 호소문’을 낭독하는 형식을 취했다. 목이 잔뜩 쉰 안철수는 국회를 배경으로 ‘제3당 정치혁명’을 역설했다. 존재감이 뚜렷이 살아났다. 목소리엔 자신감이 넘쳤다. 8% 지지율에서 시작한 생방송이 43일째에 이르러 20% 가까운 지지율을 기록했고, 실제 결과는 27%를 기록했다.

물론 국민의당 돌풍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2016년 선거 캠페인의 핵심 콘텐츠가 동영상이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국민의당은 이외에도 다양한 동영상들을 선보이며 자칫 묻힐 수도 있었던 도전자 정당의 메시지를 기존 미디어의 여과를 거치지 않고 직접 전달했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는 여야의 아주 많은 후보들이 유세현장 생방송을 진행했다. 이번 총선 캠페인 전체를 관통한 단 하나의 트렌드를 꼽으라면 단연 동영상 라이브의 등장이다. ‘문제는 동영상’이었던 셈이다.

케이티 하베스 페이스북 국제정치·선거협력본부장

케이티 하베스 페이스북 국제정치·선거협력본부장이 공식 선거운동 사흘 전인 3월28일 페이스북코리아를 방문해 페이스북의 20대 총선 서비스를 직접 설명했다. 하베스 본부장은 “페이스북의 사명은 이 세계가 더 열리고 더 연결되도록 만드는 것이기에 우리는 정치, 정책, 선거에 관심이 많다”고 밝혔다. 하베스 본부장은 한국 총선과 미국 대선 등 각국 선거에서 동영상이 선거판을 뒤흔들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힐러리, 트럼프 등 미국의 유력 대선주자들이 페이스북 라이브로 자신들의 선거전략을 실시간으로 공개한다는 것이다.

동영상 콘텐츠는 정치인이 자신의 메시지를 가장 강력하고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다. 정치 메시지는 단지 그 내용뿐 아니라 표정, 태도, 목소리의 높낮이에 따라 호소력이 결정된다.

페이스북은 지난 13일 약 2600명이 모인 페이스북 개발자들 콘퍼런스 F8에서 미래 10년간 집중할 주요 기술을 발표했다. 메신저 봇, 인스턴트 아티클을 비롯해 10여가지의 핵심 기술이 그것이다. 그 가운데서 주목되는 것은 페이스북 라이브 API를 개발자들에게 공개한다는 점과 높은 품질의 360도 동영상을 3D로 담아낼 수 있는 ‘서라운드 360’이다.

나아가 하나의 비디오를 다양한 페이지와 포스트에 교차 게시하고 이의 효과를 분석할 수 있도록 한다는 야심찬 계획도 포함돼 있다. 한마디로 동영상 서비스에 사활을 건 것이다.

페이스북은 유튜브가 가진 동영상 시장을 노리고 있다. 이미 미국에서 페이스북 동영상 조회수는 1일 6억건으로 유튜브의 8억건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페이스북의 동영상 공유 횟수는 유튜브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정치 캠페인의 게임 체인저가 동영상이라면, 페이스북은 실시간 동영상 서비스 시장의 게임 체인저를 꿈꾸고 있다. 미디어 업계 역시 페이스북 라이브를 포함한 동영상 콘텐츠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수없이 많다.


유승찬 | 스토리닷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