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위기라고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 등록 현황에 따르면 전국에 일반일간신문 306개, 일반주간신문 1217개, 인터넷신문 7858개 등 1만개가 넘는다. 정말 언론의 위기일까 자못 궁금하게 만드는 현실이다. 이들이 다 어떻게 생존하는지도 그렇지만 이 언론들이 언론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참으로 궁금하다.

 

이 언론들은 기존 주류 언론들이 다 채우지 못한 다양성을 보완하는 소중한 자산일 수도 있지만 소위 뉴스 어뷰징(동일·유사 기사 반복 전송)의 주요 원인일 수도 있다. 기업인 언론이 수입의 원천인 기사 클릭 수를 늘리려 뉴스 어뷰징을 남용하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이런 행태를 언론사들의 생존 전략이라 이해하면서 사회가 입게 될 폐해에 눈감을 수는 없다. 이들의 행태는 언론 전반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궁극에는 언론 전체의 붕괴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널리즘 위기의 핵심 원인 중 하나다.

 

이런 상황에서 저널리즘의 정도를 지키려는 언론들이 뉴스 어뷰징을 거부하며 생존하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그래도 정답은 저널리즘에 충실한, 차별화된 기사에 있다. 기레기들이 양산하는 쓰레기 기사의 홍수 속에서 수용자들이 찾아낸 보석 같은 기사들이 언론의 ‘구원자’가 될 것이다. 어떤 기사가 보석 같은 기사일까? 사실이어야 한다. 정확해야 한다. 공정해야 한다. 심층적이어야 한다. 좋은 기사의 핵심을 지적하는 표현은 많다. 소위 객관 저널리즘에서 시작해서 해설, 해법 저널리즘도 좋은 기사의 요건을 설명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함축하는 또 다른 단어는 ‘본질’이다.

 

언론의 사건 보도가 없으면 우리가 세상을 알 수 없는 건 사실이지만 사건의 단순 나열만으로 세상을 이해할 수는 없다. 아니 지금 발생한 사건만을 전달하는 기사는 오히려 본질을 왜곡시킬 수도 있다.

 

언론은 사건의 본질적인 의미를 전달해야 한다. 종기 고름 때문에 아플 수는 있지만 고름을 짜내는 것만으로 종기를 치료할 수는 없다. 사건의 배경을 이해하고 근본적인 치료책을 고민하지 않고 세상이 나아지길 기대할 수 없다. 언론은 대증요법이 아닌 원인과 과정을 이해하도록 돕는 ‘원인 요법’을 제시해야 한다.

 

최근 강사법 논란이 그 사례다. 대학 강사들의 열악한 현실은 2010년 대학 강사인 서정민씨를 자살하게 했고 세상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그 이후 국회 논의 결과 대학 강사들의 교원 지위를 복원하고 신분안정성과 처우를 개선하려는 고등교육법 개정(소위 강사법 개정)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대학 강사를 구조조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비판과 저항에 따라 시행이 유보되다가 최근 국회, 정부 그리고 노사가 합의하여 강사 지위에 관한 고등교육법을 개정했다. 그런데 사립대학들은 이것을 계기로 강사들을 다시 대거 구조조정하려 한다.

 

강사법 개정 이후 대학이 구조조정하려는 것에 언론이 주목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거기에서만 머무는 보도가 바람직한 보도일 수는 없다. 강사법 개정이 ‘좋은 의도이지만 현실적이지 않다’는 기조의 기사는 기득권자인 대학이나 정규직 교수의 이해를 반영한 반교육적 기사이니 말할 가치도 없다. 대학의 구조조정 행태만을 비판하는 기사는 얼핏 사회정의 차원에서 바람직해 보이지만 그조차도 본질을 짚은 것은 아니다.

사실상 노동 착취였던 대학 강사 처우의 개선은 매우 시급히 해결해야만 하는 사회적 과제였다. 누군가의 희생을 전제로 한 교육은 ‘교육’ 현장에서는 반드시 퇴출해야 할 반교육적 행태였다.

 

그런데 적립금을 쌓아둔 일부 사립대학들과 달리 대다수의 사립대학들은 재정 여유가 없을 수도 있다. 내부 자원 분배구조를 바꿔서라도 해결해야 할 과제지만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래서 합의 과정에서 어려운 대학들의 결단을 위해 내년 예산에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반영토록 했다. 그런데 예산부서가 그걸 자른 것이다.

 

강사법 논란의 본질 중 하나는 교육을 모르는 기획재정부의 반교육적 행태다. 그러나 더 본질적인 것은 대학 강사들의 구조조정이 교육 현장의 부실을 가져올 것이라는 점이다. 전임 교원이 책임 시수를 넘어 대학 강사들의 몫을 더 떠안으면 강의의 질이 올라갈까? 강사들에게 들어가는 강의료 이외의 비용 부담을 덜려고 강사들을 잘라내고 살아남은 강사들에게 강의를 몰아주면 강의의 질이 올라갈까? 모든 논의에서 학생과 교육은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문제가 있다. 강사들이 전문성을 가진 영역에서 적절한 정도로 강의를 분담하면서도 그 처우가 개선되도록 하는 것이 사안의 본질이다.

언론은 지금 본질에 맞는 심층보도를 하고 있지 않다. 왜 그럴까.

 

궁극적으로는 기자들이 사안의 본질을 모르거나 그런 기사들이 시장에서 선호받지 못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언론은 이를 극복하고, 본질을 이해하도록 돕는 차별화된 기사로 생존을 도모해야 한다. 수용자들은 쓰레기더미 속에서 찾아낸 보석 같은 기사를 생산해낸 언론사 그리고 기자를 기억하고 소비하려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리 언론을 살리는 길이다.

 

<김서중 |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과>

 

Posted by 미디어로그 칸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