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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미디어 세상]성별 갈등을 정책 실패 요인으로 키우는 언론

최근 언론들은 현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현상과 관련하여 ‘이영자’라는 프레임을 확산시키고 있다. 20대, 영남, 자영업자가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 중 20대 청년층의 지지율 하락 원인을 젠더 문제로 해석하면서, 현 정부가 여성만을 챙겨서 남성 지지자들이 이탈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관련 기사들에서 제시하고 있는 20대 남성 지지율 하락의 기점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 헌재 판결, 3차 혜화역 시위,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한 판결 등이다. 그런데 이 이슈들이 정부가 여성만을 챙긴 사건들로 해석된다는 것은 의아한 점이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 이유로 조사된 항목들을 살펴보더라도 특별히 성별 갈등이나 여성 정책 문제가 부각되는 것도 아니다. 지지율 변화 원인에 대해서는 관련 전문가들 간에도 해석이 다양하게 갈리고 있다. 무엇보다 현재 청년세대가 공통으로 경험하고 있는 어려움은 산업사회의 구조 변화 속에 장기화된 일자리난 등 다양한 구조적 문제와 경기 침체로 인한 불안감에 따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온라인상에서 제기되는 20대 남성들의 불만을 부각하고 현 정부가 여성만을 위한다는 인식틀을 기사 제목 등으로 강조하는 경향을 보인다. 공정과 정의에 남성은 포함되지 않고 있다는 남성들의 불만을 기사 제목으로 삼는 식이다. 아마도 이러한 해석은 온라인 커뮤니티나 뉴스 댓글에서 남성 역차별 주장이 강력하게 제시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러한 현상 자체를 부인할 수는 없다. 청년세대의 불안을 해결하고, 성평등 문제에 대한 고민과 해법 모색이 정부의 책임인 것도 맞다. 그러나 언론이 여성 관련 정책을 현 정부의 실패 요인으로 제시하는 것은 페미니즘의 문제제기 자체를 비정상화하는 담론적 효과를 낸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언론이 온라인상에서 구성되는 담론을 주목하고 그 원인과 대안을 제시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온라인상에서는 극단적 격화가 일어나기 쉽다. 사안에 대해 심층적인 논의가 진행되기보다는 평소 이용자들이 가지고 있는 편향적 인식 구조에 의해 정보가 해석되고, 때론 왜곡되면서 쟁점의 주요 사안이 누락될 가능성도 있다. 대표적으로 최근 여성폭력방지기본법 통과에 대한 보도를 보자. 한 뉴스의 댓글을 살펴보면 ‘이 정부는 여성만을 위한다’ 등 청년세대 남성의 불만 어린 목소리가 가득하다. 그런데 이 법안이 애초 발의된 내용을 보면 젠더폭력 개념을 사용해서 성별과 권력구조에 기초한 폭력 문제를 남성과 여성 모두를 대상으로 해결하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젠더 개념이 성소수자를 인정하는 것이라는 일부 보수세력의 인식론과 맞물리면서 국회 법사위 논의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고, 결국 남성 피해자를 인정하지 않는 현재 형태로 축소된 것이다. 이 축소된 법안 내용에 대해 여성단체 역시 비판했고, 발의자 정춘숙 의원도 문제를 지적하는 중이다. 온라인 담론상에서 이를 남성 역차별 문제로 환원하는 인식이 나타난다면 언론은 이 오류를 바로잡고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시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수 언론 보도는 해당 법안에 대해 남성들이 가진 불만 내용을 부각하면서 현 정부와 여당이 남성을 역차별한다는 담론을 기정사실화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특히 포털에서 뉴스를 제목만으로 소비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요즘, 언론이 제목을 통해 정부 정책과 입법 활동에 반영되는 여성의 목소리를 지지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도하는 경향은 확실히 문제가 있다. 이는 현재 성대결이 온라인 뉴스 소비 환경에서는 조회수, 댓글수를 늘리는 등 수익을 높이기 좋은 키워드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이전부터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기 위해, 혹은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 기사가 링크되어 더 많은 사람들이 관련 논란에 참여하게 하려고 언론은 갈등을 적극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물론 언론이 갈등에 대해 보도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뉴스가 반복적, 일관적 방식으로 자극적인 언어를 통해 갈등에 대한 해석틀을 제시하면 독자들 역시 이에 맞추어 관습적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위와 같은 보도가 제시하는 해석틀은 페미니즘의 문제제기가 사회 갈등의 원인이자 정부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인식되게 만드는 것이다. 언론의 공적 책임이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구성해나가는 것에 있다면, 언론은 성평등 가치가 어떻게 실현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이러한 사안에 관련되는 다양한 요소들이 어떻게 엮여있으며 어떤 층위에서 해결되어야 하는지 시민과 정부가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성별 갈등을 정부의 정책 실패 요인으로 부각하는 언론 보도는 사안의 분석과 방향 설정에서부터 사회적 문제를 격화시키는 부정적 역할만 하게 된다는 점에서 지양돼야 한다.

 

<김수아 | 서울대 기초교육원 강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