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관련한 각종 의혹을 둘러싸고 극단적인 사회 갈등이 있었다. 검찰의 수사와 기소, 재판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사회가 양분됐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르렀다. 이런 논란과 갈등이 재판으로 일정 부분 정리되기를 기대해본다. 단지 시시비비를 떠나 그 당시 극단적으로 대립했던 우리 사회의 모습이 건강했다고 평하기는 어렵고, 이 지점에서 언론이 제대로 기능했어야 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정확한 정보와 합리적인 해석을 제공함으로써 건강한 논의가 진행되도록 하는 것이 민주주의에서 언론이 필요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히려 언론이 비판의 대상이 됐다. 서울대 이준웅 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언론은 ‘사실 충분주의’에 매몰되어 있었다. 진실 여부와 무관하게 획득한 사실과 단순한 주장을 기사화하기에 바빴다. 그리고 이것들이 오랫동안 병폐로 지적되었던 출입처 제도와 결합하면서, 언론이 취재원의 의도에 농락당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당시 조국 관련 보도는 언론의 근본적 문제를 다시 한번 노출시킨 것이었다.
한참이 지난 이 시점에 언론의 씁쓸한 기억을 되살리는 것은 당시 언론의 행태가 과거의 일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당시 비판은 엄청난 언론 보도의 양과 검찰발 기사를 향했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된 사안이니 과하더라도 절대량의 문제는 아니었다고 본다. 단지 확인되지 않은 사실과 주장으로 도배해도 되는지 그리고 피의자의 방어권이 작동되지 않은 상태로 이루어지는 피의사실 공표가 적절한지 여부였다. 즉 일방의 주장만을 전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제 피고인의 방어권이 보장된 재판이 진행되니 당시만큼은 아니어도 진실에 접근하기 위한 최소한의 보도는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지금 일부 언론이 보이는 행태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양도 비교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검찰의 신문 내용만 전달하는 기사가 아직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모 언론은 조국 전 장관의 재판이 시작됨을 알리는 기사에서 ‘진실 가릴 법정의 시간’이 왔다고 표현했지만 그 기사에서 다루는 재판의 내용은 검사의 신문에 답한 증인의 발언만을 전하는 것이었다. 변호인의 신문에서 검사 신문에 반하는 내용이 있음을 전하지 않은 것이다.
학계는 진실에 접근하려면 진실 공방을 하는 재판 중심의 기사를 써야 한다는 점을 누차 지적한 바 있다.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물론 변호인의 주장이나 증인신문 내용만을 다루라는 것도 아니다. 그것도 문제임은 분명하다. 희대의 사기꾼과 관련한 재판을 가정해보자. 재판 기사에서 시민의 지탄을 받는 피고인의 항변만을 실어 준다면 그 언론이 공정하다고 평가받을 수 있을까? 마찬가지로 재판에서 검찰은 그 피고인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한 당사자일 뿐이다. 따라서 역으로 검사의 신문만을 전하는 것 역시 편파적이다.
기계적 균형이나 중립성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기자라면 재판내용을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재판에서 주장되는 내용이 합리적 근거가 있는지 판단하고 그에 준하는 보도를 해야만 한다. 실질적 공정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방의 내용만 전달하는 기사를 보고 기자가 한쪽만이 진실하다 생각하여 일방적으로 다뤘다고 생각할 시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석연치 않다고 생각하는 시민들이 더 많지 않을까? 이 또한 언론의 신뢰 문제와 관련된 사항임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재판의 결과 시시비비가 가려지기를 기대한다 했지만, 재판의 일면만을 전달받은 시민들이 재판이 공정했다 한들 그 판결을 수용하기가 쉬울까? 불필요한 갈등이 조금이나마 해소될까? 갈등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지만 진실을 가려내 불필요한 갈등을 해소해야 건강한 사회다. 언론은 이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컨텐츠 융합자율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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