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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사설]고대영 KBS 사장 꼼수 부리지 말고 물러나라

고대영 KBS 사장이 “정치권이 방송법 개정안을 처리하면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퇴의 전제 조건으로 방송법 개정을 제시한 것이다. 방송법 개정을 방패막이로 삼겠다는 꼼수임을 단박에 알 수 있다. 한마디로 보수야당과 결탁해 임기를 채우겠다는 속내가 빤한 ‘얕은 술수’이다. 기자·PD·아나운서 직군이 많은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고 사장이 조건 없이 사퇴할 때까지 총파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기술직 위주인 KBS노조는 10일 0시를 기해 파업을 잠정중단하기로 했다.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KBS 국정감사에 출석한 고대영 KBS 사장(왼쪽)이 파업 중인 노조원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눈을 감고 앉아 있다. 권호욱 기자

 

방송법 개정안은 지난해 7월 더불어민주당·정의당·국민의당 의원 162명이 발의한 바 있다. 공영방송 이사를 여야 7 대 6으로 선임하고, 사장을 뽑을 때 재적이사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특별 다수제’ 도입을 골자로 하고 있다.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를 구성하고, 3개월 이내에 공영방송 사장과 이사진을 새로 구성해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어느 한쪽, 특히 야당이 반대하는 인사는 사장으로 선출될 수 없게 된다. 현재 법안과 비교할 때 야당에 유리한 법안이 되는 것이다. 정권교체가 되기 전인 올해 초까지만 해도 자유한국당은 방송법 개정안 처리에 반대했다.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가 현실화되고 있는 요즘에는 입장을 바꿔 방송법 개정안 심사 착수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방송법 개정안 처리보다 공영방송을 정상화하는 게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여야 간 입장 차이 때문에 방송법 개정안 처리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공영방송 KBS의 공정성과 자율성을 해친 장본인인 고 사장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2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런 고 사장이 방송법 개정 운운하며 노조를 분열시키고, 사실상 버티기 선언을 한 것은 최소한의 양심마저 저버리겠다는 처사다. 고 사장은 공정방송 실천을 요구하며 두 달 넘게 총파업 중인 KBS 구성원들과 시민들을 더 이상 기만하지 말고 당장 물러나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