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황우석 사태’를 다룬 영화 <제보자>의 실제 주인공 MBC 한학수 PD는 최근 몇 년간 혹독한 고초를 겪고 있다. 회사 측의 보복성 인사로 2011년 경인지사 수원총국으로 쫓겨난 그는 강제전보 취소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끝에 가까스로 승소했다. 그러나 한 PD는 2012년 파업 이후 회사 측의 강제교육 명령으로 동료 기자·PD 100여명과 함께 ‘신천교육대’로 불리는 문화방송아카데미에서 브런치 만들기, 동양미술의 이해와 같은 대학신입생 교양 수준의 강좌를 들어야 했다.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지난달 31일 있은 대규모 인사에서 그는 또다시 무슨 일을 하는지도 불분명한 신사업개발센터라는 신설 비제작부서로 쫓겨났다.
MBC는 이번 120여명에 대한 전보인사를 두고 ‘수익성·조직역량 강화를 위한 최적의 인력 재배치’ 운운하며 둘러대고 있지만 사회고발 시사프로그램을 제작했거나 경영진의 전횡을 비판해온 기자·PD들을 모두 비제작부서로 내쫓아버린 치졸하고 잔인한 보복조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12명의 교육발령 대상자들의 면면이다. 사내 전산망에 경영진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가 이미 중징계를 받은 상태에서 강제교육 발령이 난 이들은 상당수가 경력 20년 안팎의 고참으로서 뛰어난 보도제작으로 외부에서 수여하는 각종 상까지 받은 유능한 언론인들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업무실적 미흡’ 등의 터무니없는 낙인을 찍은 뒤 농장견학과 충효사상 강의 등으로 채워진 가나안농군학교에 입소시킨 것은 저열한 수법의 모욕주기라고밖에는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언론노조 MBC본부 노조원들이 7일 서울 상암동 MBC 신사옥앞에서 해직언론인에 대한 법원의 가처분 결정 이행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출처 : 경향DB)
MBC는 ‘수익성’과 ‘경쟁력’을 이번 조직개편과 대규모 인사의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과거 MBC의 보도와 시사프로그램의 경쟁력과 수월성을 이끌었던 기자·PD들을 모조리 비제작부서로 내쫓아놓고 이런 목표를 이루겠다는 것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그것의 직접적인 증거가 시청자 만족도 평가지수 등 각종 지표에서의 ‘일부 종편에도 뒤지는 지상파 꼴찌’라는 성적표이다. MBC의 위상은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을 정도로 추락하고 있지만 능력과 판단력, 이성과 상식 등 그 어느 하나도 갖추지 못한 현 경영진의 전횡을 계속 방치할 수는 없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은 대변인 명의의 성명서 한 장으로 넘어갈 것이 아니라 본격적인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 언론단체와 시민사회도 한국사회의 대표적인 ‘공공재’인 MBC가 공영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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