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어제 MBC 새 사장으로 김장겸 보도본부장을 선임했다. MBC를 박근혜 정권의 대변자로 전락시킨 방송농단의 주범인 방문진이 MBC 구성원들과 여론의 거센 반발에도 새 사장 선임을 강행한 것이다. 방문진이 새 사장 선임을 밀어붙인 것은 MBC를 극우세력과 박근혜 정권의 마지막 보루로 만들겠다는 의도임이 분명하다. 정권교체가 되더라도 MBC를 보수정당의 영향력 아래에 두기 위해 ‘알박기 인사’를 강행한 것이다. 공영방송 MBC를 망가뜨리려는 폭거가 아닐 수 없다. 방문진이 MBC 새 사장을 선임했지만 방송법·방문진법 개정안 등 언론장악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시한부 사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언론장악방지법에는 공영방송 이사진과 경영진을 3개월 이내에 교체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조합원들과 언론·시민사회단체들이 23일 사장 선임을 논의하고 있는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 앞에서 박근혜 정부가 임명하는 사장 선임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새 사장으로 선임되기 전부터 ‘낙점설’이 나돌았던 김장겸 보도본부장은 MBC 뉴스 파탄의 총책임자로 지목돼 퇴진 요구를 받아왔던 인물이다. 그는 세월호 참사 당시 편집회의에서 실종자 가족들을 향해 “완전 깡패네. 유족 맞아요?”라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 보도본부장으로 있으면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축소 보도하고, ‘태블릿PC 증거능력’에 대한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해 <뉴스데스크>를 ‘청와데스크’로 전락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MBC 노동탄압 청문회 개최를 의결하자 <뉴스데스크>를 통해 야당 비판 보도를 쏟아내게 한 총책임자이기도 하다.
MBC가 새 사장 선임을 앞두고 60여명의 경력직 채용 계획을 발표한 것도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2012년 170일 파업 후 MBC 경영진은 시용·경력 기자들을 채용하고, 파업 참여 노조원들은 해고, 징계, 전보 조치를 했다. 현재 직종과 상관없는 부서에서 일하는 기자, PD, 아나운서 등은 100여명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경력직 채용은 새 경영진과 보조를 맞출 인력 구성을 위한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국회는 자유한국당의 발목잡기로 상임위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언론장악방지법 통과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래야 박근혜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한 공영방송 MBC의 정상화를 꾀할 수 있다. MBC 경영진은 경력직 채용 계획을 취소하고, 해직자와 부당 전보자들을 복귀시키라는 법원 판결을 즉각 이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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