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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정보+보도자료

숫자 ①에 열광하는 국방부와 언론, 자숙하라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천안함 조사결과 언론보도 검증위원회



북한이 연평도에 포격을 가했다. 군 장병 2명과 민간인 2명이 숨졌다. 휴전 이후 최초의 육상 포격이고, 민간인까지 희생시킨 최악의 참변이다. 연평도 사태는 북한이 자행한 평화에 대한 도발임이 분명하다. 누가 먼저 자극을 하였든, 우리 군이 대응을 잘했든 못했든 연평도에 북한군의 포탄이 떨어진 바로 그 순간, 씻지 못할 도발 행위가 성립하였다. 우리 정부와 군은 극도의 안보 비상 상황에서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여야 한다. 그런데 국방부가 연평도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 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방부는 연평도 피격 현장에서 수거한 포탄 잔해에서 손으로 쓴 숫자 ①이 발견되었다며 이를 공개했다. 국방부는 연평도 포탄의 숫자 ①이 천안함 ‘1번 어뢰’에 표기된 것과 유사하기 때문에 이것으로 천안함 어뢰조작설은 근거를 잃었다고 주장했다. 언론은 한발 더 나갔다. 국방부 주장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일부 언론의 경우 ‘북한이 천안함을 공격했다는 명백한 증거’, ‘천안함 사건 조작 논란에 종지부’ 등의 논리 비약을 서슴없이 감행하였다.



# 국방부는 연평도 사태를 천안함 물타기에 활용하지 말라

<언론3단체 천안함 언론검증위>는 국방부 주장을 공박하기에 앞서 지금 과연 국방부가 연평도 사태와 무관한 일에 정치적 접근을 할 때인지 묻는다. 국방부가 천안함에 관한 각종 과학적 의문 제기에 대해 ‘지엽적인 논란’으로 규정하고 ‘과학자의 몫으로 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 날이 11월 18일이다. 조사결과에 담긴 수많은 의문 외에도 조사 과정의 부당함까지 드러나 궁지에 몰렸던 국방부가 사실상 일방적으로 논란 종료를 선언했던 것이다. 그랬던 국방부가 열흘도 안 돼 연평도 참변의 현장에서 찾아낸 숫자 ①을 들고 논란 재개로 입장을 선회했다. 연평도 사태 발발 이후 군과 정부를 향해 쏟아지던 비난을 ‘천안함 음모론자’에게로 분산시키는 효과까지 노렸을 수 있다. 다시 묻는다. 지금 천안함 논란에 불을 지펴야 할 시기인가?

<언론검증위>는 지난 8월 카이스트의 송태호 교수가 1번 표기 논란과 관련해 국방부 입장에 부합하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을 때 과학자의 용기를 평가하고 과학적 규명의 출발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언론검증위>는 송 교수의 가설에 대해 여전히 의문을 갖고 있지만, 과학자가 정치적 이해를 떠나 견해를 밝히고 학계의 검증을 요구한 것은 천안함 진실 찾기의 중요한 전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누구의 입장이든 과학적으로 검증될 때 그것을 인정하면 되는 것이고, 과학적으로 문제가 있으면 끝까지 검증을 요구해야 한다는 말이다. ‘1번 표기 논란’도 수많은 검증 대상 중 하나일 뿐이다. 검증 결과 어떤 결론이 나든 그것은 ‘1번 표기 논란’과 관련한 결론일 뿐이다. 그러나 국방부 일각과 일부 언론은 1번이 안타면 국방부가 전부 맞다는 해괴한 논리를 유포하고 있다. 치열한 과학 논쟁의 중심에 있었던 ‘흡착물질’이 국방부가 그토록 신봉해 마지않던 ‘알루미늄산화물’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면, ‘국방부가 전부 틀렸다’라는 결론에 동의할 것인가? <언론검증위>는 일부를 전부로 환치하는 왜곡과 오류를 경계한다.

자, 연평도 포탄에서 발견된 숫자 ①로서 천안함 ‘1번 표기 논란’은 끝이 난 것인가? 아직 판단할 수 없다.

# 연평도 포탄에 적힌 숫자는 어뢰 1번 표기의 주체와 시점을 특정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 이미 공개된 ‘4호’ 표기와 무엇이 다른가?

1번 표기 논란의 핵심은 표기의 주체, 표기의 시점이다. <언론검증위>는 섣불리 조작의 의심을 하지는 않지만 조작의 의심이 있는 한 그것을 회피하지 않고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번이라는 표기는 누구든 할 수 있다. 어뢰가 터지기 전에도 표기할 수 있고 터진 후에도 표기할 수 있다. 연평도 포탄에서 폭발 전에 쓰인 숫자 ①이 발견되었다면, 그것으로 할 수 있는 판단의 최대치는 ‘북한이 무기에 손으로 숫자를 쓰기도 한다.’이다. 북한을 지목하는 심증의 근거가 될 수 있을 뿐이며, 새롭지도 않다. 이미 5월에 공개된 ‘4호’(2003년 수거된 북한 훈련용경어뢰) 표기와 연평도 포탄의 숫자 ①은 그 의미가 조금도 다르지 않다.

# 지상, 수중의 폭발환경 차이 등을 정밀하게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조급한 발표는 ‘정치적 접근’을 의심케 한다

1번 표기를 둘러싼 또 하나의 논란은 잉크가 폭발에 타느냐 마느냐 이다. 이는 연평도 포탄의 발견을 계기로 과학적 검증을 해야 할 부분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검증도 하기 전, 지상과 수중이라는 폭발환경의 차이, 폭발력의 차이 등을 무시하고 단순 비교해 국방부의 입장을 내놓은 것은 ‘정치적 접근’을 의심케 하는 중요한 대목이다. 국방부가 연평도 포탄에 쓰인 숫자의 잉크 성분을 분석하고 폭발 환경을 정밀하게 고려한 뒤 적절한 시점에 결론을 발표했다면 오히려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그만큼 국방부는 조급했다.

# 숫자 ①에 열광하는 언론의 논리비약은 고의적 왜곡인가, 무지의 소치인가?

<언론검증위>는 국방부 못지않게 국방부 발표에 동원된 언론의 보도 행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 국방부가 이른바 어뢰에 붙은 조개를 일방적으로 떼어내고, 공개하겠다던 천안함의 유실무기를 피폭처리 했을 때조차 철저히 침묵했던 언론들은 연평도 포탄의 숫자 ①에 열광하고 있다. 특히 ‘북한이 천안함을 공격했다는 명백한 증거’ ‘천안함 사건 조작 논란에 종지부’라 보도한 언론은 고의적 왜곡이 아니라면 한심한 수준의 무지를 드러낸 것이다. ‘어뢰추진체가 타 없어졌어야 했다는 주장도 뒤엎어’라고 보도한 언론도 과연 검증을 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반론이 있음에도 전혀 취재하지 않거나, 반론을 ‘정부 조작’이라는 일부의 과격한 주장에 하나로 묶어버림으로써 과학적 논란을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시킨 언론도 언론의 자격이 의심스럽다. 지금은 앞서 언급했듯,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에 온 힘을 쏟아야 할 시기이다. 국방부와 일부 언론의 자숙을 촉구한다. <끝>

2010년 11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