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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정보+보도자료

언론, 미래 권력에 선을 대려는가?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

10월 중순 몇몇 신문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대선후보 지지율이 보도되었다. 기사 제목은 문화일보(10월 28일) ‘박근혜 호남서 대선지지도 1위…민주당 흔들’이었고, 조선일보(10월 16일) ‘박근혜 호남서 지지율 1위’였다. 여론조사 수치를 근거로 한 보도였음에도 ‘박근혜 띄우기’의 속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위 두 신문은 머니투데이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10월 7일, 8일 이틀 동안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이 조사에서 호남지역 지지율 1위로 나타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해당 조사기관의 정기 조사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은 이미 8월이다. 9월에는 박근혜 전 대표의 호남 지지율이 20%를 넘기도 했다. 민주당 새 지도부 선출을 계기로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지지율 약진을 보인 정도로 박근혜 전 대표의 호남 지지율도 떨어진 것이 이번 여론조사의 명확한 결과였다.

이를 두고 조선일보는 여론조사가 나온 지 1주일 만에 이를 인용하며 ‘호남서 지지율 1위’라는 제목을 달았다. 그나마 조선일보는 미디어리서치의 정기 여론조사결과 추이를 함께 실었으니 할 말이 있을 수 있겠지만, 문화일보는 ‘박근혜에 대선지지도 1위 뺏겨’라는 소제목까지 달아 마치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상인 것처럼 보도했다. 여론조사를 의뢰해 이를 보도한 머니투데이의 기사 제목은 ‘손학규 바람에 박근혜·김문수 울상’이었다. 전국적인 지지율 추세와 호남의 추세가 다르지 않았으니 호남지지율 부분이 특별한 보도 가치를 가질 여지가 없었다. 똑같은 소재인데도 언론의 입맛에 따른 가공이 도를 넘었다.


10월 20일 보도된 YTN의 ‘달라진 박근혜…다음 변신은?’이란 기사를 보자. 기사에 등장하는 표현을 일부 인용하자면 다음과 같다. ‘박근혜 전 대표의 행보가 연일 화제를 뿌리고 있습니다.’ 화제를 뿌리고 있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국정감사에서는 탄탄한 경제 실력과 예리한 질문으로 색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낯이 뜨거워진다. 몇 문장 더 보자. ‘탄탄한 경제실력을 바탕으로 세제개혁의 방향에 대한 소신도 거침이 없습니다.’ ‘뜻밖의 예리한 질문으로 피감 기관장을 진땀나게 하기도 합니다.’ 박 전 대표의 경제실력을 무엇으로 평가했는지, 질문의 예리함, 거침없는 소신의 근거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우연일 수 있겠지만, 10월 25일자 시사저널의 보도는 YTN 보도와 무척 흡사하다. 우선 제목이 ‘박근혜가 정말 달라졌어요’이다. 내용에는 중학생 때의 비키니 사진 공개와 모교인 서강대 광고 모델 활동, 국감 활약상까지 YTN과 같다. ‘(국정감사에서) 박 전 대표는 국가 재정 투명성 문제라는 거대 담론은 물론 기념주화 발행 사업까지 챙기는 섬세함을 보여주었다.’ YTN보다는 구체적이지만 박근혜 띄우기의 효과는 비슷해 보인다.

박근혜 전 대표가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라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그의 뉴스 가치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더더욱 그에 대한 언론 보도는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 공정성과 객관성을 견지하지 못하는 보도의 경우 미래 권력에 줄을 대려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 언론은 어느 권력과도 숙명적으로 대립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미래 권력이라 할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