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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옴부즈만

[여적]종편 방송사고

종합편성채널(종편) 막말 파문이 또 불거졌다. 방송 진행자의 어이없는 말 한마디가 한·중 외교 문제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자 외교부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까지 사태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진화에 나설 정도다.


동아일보 계열의 채널A가 지난 7일 아시아나 여객기 착륙사고를 전하는 과정에 방송사고 수준의 멘트를 한 게 발단이 됐다. 채널A 뉴스 진행자는 “한국인이 아닌 중국인 2명이 사망자로 파악됐다는 뉴스가 들어와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 소식은 환구시보를 비롯한 중국 주요 언론에 상세히 보도됐다. 중국인들은 “중국인이 죽어서 다행이라는 말이냐”며 극한 감정을 드러냈다. 누리꾼들은 “겉으로는 한·중 우호를 외치면서도 속으로는 중국인을 혐오하는 한국인의 태도가 드러났다”며 반발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 성과가 이 한마디로 그림자도 없이 사라졌다”는 반응도 나왔다.



파문이 확산되자 채널A는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를 통해 공식 사과했지만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결국 외교부 조태영 대변인이 그제 정례 브리핑에서 “해당 방송사가 공식 사과한 만큼 중국 국민들은 이러한 사과를 받아주길 희망한다”고 사과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어제 신문·방송사 논설실장·해설위원장과의 오찬에서 거듭 유감을 표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에 앵커의 한마디로 (중국인들이) 한국 국민에 대해 우호적인 생각을 갖고 있던 것이 사라질 판이 됐다”고 했다.


이번 방송사고는 단순 말실수를 넘어 방송인의 기본 자질을 의심케 한다. 사고 희생자의 국적을 떠나 망자는 물론 유가족의 슬픔을 생각하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얘기다. 채널A는 조선일보 종편과 함께 근거없는 5·18 ‘북한 개입설’을 퍼뜨려 중징계를 받았다. 이번 사고로 재발방지 약속은 물론 당국의 경고조치도 무색해진 상황이다.


민주당, 5.18 민주화 운동 왜곡 규탄 (경향DB)


지난해 종편 4개사의 사업계획서 이행실적을 보면 존재 이유에 의문이 들 정도다. 돈 가뭄 탓에 콘텐츠에 대한 투자는 당초 계획한 액수의 절반에 그친 데다 보여줄 프로그램이 없어 재탕 비율이 절반을 웃돌았다. 원가가 싸게 먹히는 보도 프로에 집중하다보니 방송사고가 뒤따를 수밖에. 국민들로선 여간 스트레스를 받는 게 아니다. 그나마 종편 시청률이 미미한 게 다행일지 모른다.



박문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