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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옴부즈만

[사설]공영방송 책임 묻게 하는 KBS MBC 보도행태

옛날엔 신문을 흔히 야당지와 여당지로 분류하곤 했다. 논조에 따른 것이었다. 지금은 그런 식의 구분은 잘 안 하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신문들의 정치적 색깔이 판이하게 차이 난다. 원론적으로 이것은 여론 다양성이란 측면에서 바람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방송이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KBS와 MBC는 방송법과 방송문화진흥회법에 따라 공영방송이다. 방송법 44조는 “공사(KBS)는 방송의 목적과 공적 책임,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실현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방문진법에도 비슷한 규정이 있다. 따라서 KBS와 MBC의 방송 공정성은 선택사항이 아니다. 그것은 공영방송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공적 책임, 즉 존재의 이유라 할 수 있다.


288개 단체가 참여한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진상 및 축소 은폐 의혹 규명을 위한 시민사회 시국회의’(시국회의)가 엊그제 서울 여의도 KBS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국정원 정치공작의 공범자로 전락한 KBS·MBC 규탄 기자회견’이었다. 시국회의는 “국정원의 대선개입이 사실로 드러났는데도 ‘권력의 주구 방송’ ‘정권의 시녀 방송’으로 전락한 KBS와 MBC는 축소·은폐·누락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고 밝혔다. 또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비판하는 촛불집회나 시국선언도 보도하지 않고 “정치권이 연일 공방을 벌이고 있다면서 정쟁만을 부각시키는 보도로 정치 냉소주의를 부추겼다”고 비판했다.


(경향DB)


이들 방송의 관련 보도를 유심히 본 사람들이라면 그 인식에 공감할 것이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1차 범국민 촛불집회가 열렸던 6월28일부터 8월5일까지 메인뉴스를 분석한 결과 시국선언이나 촛불집회를 다룬 리포트가 MBC는 0건, KBS는 단신 2건에 불과했다. 지난 3일 5차 집회는 3만명이 모이자 양사 메인뉴스에 보도했으나 휴가철 피서 소식, 일본 아소 망언 보도 뒤로 밀린 데다 여야 공방 중심 보도였다. 요컨대 이런 축소·왜곡보도는 먹고살기 바쁜데도, 더운 여름 민주주의 훼손에 항의하기 위해 광장에 나온 민심을 애써 외면하려는 태도로 여겨진다. 


시국회의 기자회견 뒤 KBS 관계자는 “국정원 사안에 대해 국민들 생각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한쪽 입장만 전달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고 한다. 그는 균형보도에 대해 말한 듯하다. 그러나 지금 공영방송의 문제는 무슨 균형을 말하는 것이 우스울 정도로 불균형적이란 사실이다. 한쪽 편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보도야말로 국민이 바라는 공영방송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