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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자유언론실천선언 36주년에 돌아보는 언론 현실/사설(10월25일자)

 지난 주말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자유언론실천선언 36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1974년 10월 24일 동아일보 기자 200여명은 신문·방송·잡지에 대한 외부간섭 배제, 기관원 출입 거부, 언론인 불법연행 거부 요지의 ‘자유언론실천선언문’을 채택했다. 이 사건은 그 전 몇차례 있었던 자유언론 선언을 넘어서 그것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는 것이 특징이다. 언론계 안팎으로 파문이 확산되자 박정희 정권은 동아일보사에 광고탄압을 가했고 동아·조선일보에서 많은 기자들을 강제 해직시켰다.

 이 사건은 삼십여년 전 엄혹한 유신체제 아래 일어난 ‘과거사’이지만 과거에 머물지 않는 현재적 의미가 있다. 이명순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은 기념사에서 이 선언이 “군사독재 시절 사실을 전하지 못해 고뇌하던 모든 언론인의 마음을 담았던 것”이라고 회고했다. 그러나 자유언론에 대한 위협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그 수법은 세련된 모습으로 바뀌었을지언정 정치권력에 의한 언론 억압이라는 본질에서는 조금도 다르지 않다.


 YTN 기자 6명은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특보를 지낸 구본홍씨의 사장 취임을 반대하며 공정방송 투쟁을 벌이다 해고돼 이달 초 해직 2년을 맞았다. 신군부 시대 이후 언론사에서 무더기로 해직된 첫 사례다. 법원은 지난해 말 해고무효 판결을 내렸으나 회사쪽의 항소로 재판이 계속되고 있다. MBC에서도 파업을 주도한 노조위원장 등 2명이 해고됐다. 해고 뿐 아니라 징계와 보복성 인사도 다반사다.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벌인 KBS와 YTN에서 각각 52명이 징계당한 것으로 노조가 집계했다. MBC에서는 41명이 징계됐다. 정권에 껄끄러운 시사 프로그램 담당자 등이 엉뚱한 부서로 발령나기도 한다.


 이같은 현실은 한국 언론이 온전한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한국의 언론자유가 후퇴하고 기자들이 탄압받고 있는 데 대해 최근 국제기자연맹 아시아 태평양지부 등도 우려를 나타냈다.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를 지키기 위한 자유언론실천선언 정신을 계승해야 할 이유다. 문제는 중대한 언론자유의 걸림돌이 과거와는 달리 언론계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일부 언론사 경영진은 보도 논평에 있어 독자, 시청자, 국민보다는 권력과의 코드를 맞추는 일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 같다. 옛날에는 외부의 물리적 억압이 문제였다면 지금은 경영진의 자기검열 등 자발적 굴종이 극복하기 버거운 어두운 언론환경을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