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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옴부즈만

한심한 MBC 경영진의 가을 개편 선택

 최진봉 텍사스 주립대 저널리즘 스쿨 교수

 
그동안 필자는 미국 학생들에게 미국 언론구조의 문제점에 대해 강의할 때마다 문화방송(MBC)을 성공적인 공영방송 모델 사례 중 하나로 소개하고, 미국에도 문화방송과 같은 공영방송이 생겨야 한다고 가르쳐 왔다.
그런데 이제 더 이상 문화방송을 미국이 모델로 삼아야 할 성공적인 공영방송의 사례로 들 수 없을 듯하다. 지난 28일 문화방송이 발표한 가을 프로그램 개편안을 보면 문화방송이 더 이상 공영방송이기를 포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 진행자 김혜수씨.

최근 MBC노조 특보에 따르면, 김재철 사장은 "먹고 살아야 되니 돈 못 버는 프로그램은 버리자는 거냐"는 질문에 "더 좋은 방송을 하기 위해서 돈도 있어야 된다는 거다. 돈이 있어야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것"이라며 "지금 시대가 그렇다. 그 돈으로 드라마 작가도 잡고, 특종상도 더 주고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출처 : MBC  



이번 개편을 통해 문화방송은 대표적인 탐사 보도 프로그램 중 하나였던 <후 플러스>와 국제 시사 프로그램 <김혜수의 W>를 폐지하는 대신 남자 연예인들이 여배우들의 집사가 되어 그들의 소망을 들어주는 포맷의 <여배우의 집사>와 끼가 있는 일반인들을 출연시켜 스타를 발굴하는 <스타 오디션 위대한 탄생>을 신설하기로 했다.
결국, 이번 문화방송의 가을 개편은 탐사 및 시사 보도 프로그램을 축소 시키는 대신 오락 프로그램을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이러한 시사 프로그램 축소와 오락 프로그램 신설로 문화방송의 평일 프라임 타임대 오락 프로그램 편성 비율이 53%에서 57.6%로 껑충 뛰어 올라 상업방송인 SBS 프라임 타임대 오락 프로그램 편성 비율(56.3%) 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영방송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고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개편을 추진하면서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은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처럼 시청률부터 올리고 난 뒤에 공영성을 생각해야”한다는 논리를 폈다고 한다. 이말은 공영성과 시청률이 서로 충돌할 때 지체없이 시청률을 선택하겠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시청률이 보장되지 않으면 공영성은 생각할 수 없다는 의미로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하는 대신 시청률과 수익성 확보에 매진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지나친 시청률 경쟁으로 인해 방송 프로그램의 선정성과 폭력성이 높아지는 등 방송 프로그램의 질이 떨어지고, 수익성 향상을 위해 자본과 정치권력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진 상업방송과 달리, 정치권력과 자본의 구속을 받지 않고 공영성과 공공성이 높은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탄생한 방송제도가 바로 공영방송이다. 따라서, 공영방송은 시청률보다 공영성에 더 중요한 가치를 두는 것이 원칙이다.


 

▲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없애는 대신 MBC가 집어넣기로 한 <여배우의 집사>



반면 프로그램의 내용이 사회와 시청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려 없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시청률을 높여 좀더 많은 광고를 확보함으로써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상업방송의 운영 원리이다.
이에 따라 상업방송은 시청률이 저조한 프로그램은 과감하게 폐지하고 눈요기가 되는 좀더 자극적인 내용의 프로그램을 제작하여 수익성 증가를 꾀한다.

즉, 시청률 때문에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것은 공영방송으로서 올바른 자세가 아니라는 말이다. 문화방송의 이번 가을 개편이 비판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화방송 경영진은 이번 프로그램 개편의 핵심이 ‘선택과 집중’ 이라고 밝혔다. 이 말을 문화방송의 개편 내용에 비추어 살펴보면 시청률 확보를 통한 경제적인 이윤 추구를 위해 오락 프로그램을 선택하고, 당분간 거기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즉 시청률 확보를 위해 오락 프로그램을 확대하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시청률에 민감한 방송은 경제권력과 정치권력으로부터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 왜냐하면 이윤추구를 위해 경제권력과 정치권력과 밀월관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청률을 위해 공영성을 저버리고 결국은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길을 선택한 문화방송 경영진의 선택이 한심하면서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