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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옴부즈만

김정은 관상 보도 어떻게 보세요?

 유신모/워싱턴 특파원

 북한 김정은에 대한 각국 언론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북한의 후계 체제가 윤곽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또 역사상 유례가 없는 ‘3대 세습’의 시도라는 점에서 당연한 현상이다.
 김정은과 관련된 각국 언론 보도의 관점은 주로 2가지다. 국제적 질서에서 이탈한, 예측 불가능한 사실상 핵보유국의 권력 이동이 어떻게 전개되고 국제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게될지를 조명하는 기사가 있다. 다른 하나는 3대에 걸쳐 일가가 권력을 독점하는 현상을 비판하는 도덕적 접근이다. 


그러나 한국 언론에는 ‘관상’을 통한 또 하나의 접근법이 있다. 관상을 보니 성격은 치밀하나 이중적인 난폭성이 있어 폭정이 예상되고, 그가 권력을 잡게 되면 북한의 앞날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식의 보도다. 굳이 관상을 살피지 않아도 북한의 체제상 독재가 이뤄질 것은 뻔하다. 또 북한이 처한 국내외적 어려움을 감안하면 누가 집권하든 북한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것도 당연하다.
 국제정치적 관점에서 북한의 앞날에 비관적 전망을 제기할 수 있고, 도덕적 관점에서 북한의 권력세습을 얼마든지 비난할 수 있다. 하지만 언론이 다른 근거도 아닌 그의 관상을 갖고 그런 전망을 내놓았다는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하다. 그저 가볍게 웃자고 쓴 기사일 수도 있지만 북한의 현실과 한반도의 미래는 가십으로 다루기에는 너무도 엄중한 사안이다.  
 그래도 운명철학적 관점에서 북한을 조망하고 싶다면, ‘사주불여관상, 관상불여심상(四柱不如觀相, 觀相不如心相)’이라는 경구를 먼저 떠올릴 일이다. 사주보다 중요한 것이 관상이며, 관상보다 중요한 것이 그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담은 심상이라는 뜻이다.
 희미한 인물 사진 한장으로 북한의 미래를 진단하는 것은 언론의 본령을 한참 넘어선 일이다. 북한을 바라보는 한국 언론의 ‘일그러진 심상’이 드러난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