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 의견/여론란의 개편과 시각

아침부터 옅은 안개가 곳곳을 품었습니다.

이제 겨울의 흔적도 서서히 줄어가고, 정말로 봄이 다가온다는 뜻이겠지요.

그러고 보니 3월의 첫 주도 그럭저럭 지나갔네요.

이제 내일이면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주말이니..... 참 좋습니다. ^^

아침에 일어나면서 생각해 보니, '용두사미'라는 말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힘찬 기상을 갖고 의욕적으로 추진한 일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기력이 떨어지고 대충대충하거나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사례들이 적지 않은 것 같아요.

특히 어떤 이의 '본업'이 아닌 경우에는 더 그러해 보입니다.

누군가의 성격이나 환경에 맞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고,

혹은 뭔가를 창조한다는 것도 노력은 기본이요, 

거기다 운도 어느 정도는 받쳐줘야 가능하겠지요.

각종 매체어서도 어쩌면 처음에는 어떤 참신하고 감각적인 소재로 사용하다가도, 

반응이 조금 식상해진다 싶으면 개편 혹은 폐지를 생각하게 되어

알게모르게 그런 소재나 꼭지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고도 합니다.

이는 어쩌면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도 변하기 마련이니 거기에 맞춘다는 의미가 있지만,

반면에 옛날부터 꾸준히 이어지는 것이 그만큼 드물어진다는 뜻도 되겠지요.

금일 경향신문은 1면에 사고(社告)를 내어 의견/여론란 개편을 알렸습니다.

굳이 '의견/여론'이라는 단어를 놓아두고 '오피니언'이라는 말을 계속 써야 하는가는 그만두더라도

일단 신문사가 굳이 1면의 한 부분을 할애해서 전하고자 하는 의도는 기본적으로 

"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새로운 의견을 낼테니 기대해 달라"는 것이겠지요.

물론 기본적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소재를 갖고 나오는 것은

그만큼 독자 분들과 공감을 나눌 수 있는 폭이 넓어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이겠지요.

그리고 신문에서 의견/여론란이 차지하는 지면의 비중은 약 1할 정도로 적은 편이지만,

신문이 내보내는 논평은 그 신문의 성향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면서

동시에 그 판단이 누적되어 전반적인 '평판'까지 결정하게 하니..

정보/기사를 통해 축적된 세상 소식을 토대로 판단의 기준을 설정하고 알리는 것이 매일의 일이니

독자 분들만큼이나 신문을 만드는 분들에게도 매일매일 피곤한 일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의견/여론 지면의 편집과 게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한 여론을 받아서 최대한 현실에 대한 문제 의식을 주되,

사실을 섣불리 단정하기보다는 상식과 추론을 통해서 '공감'가는 의론 이끌기에 최선을 다했다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어 애써 신문을 읽는 독자 분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는 유연하다거나 강경한 글투를 사용하는 문제, 필자와 편집국과의 협상 문제도 있겠지만,

분명히 부분부분은 맞는 말로 보이는데 결론은 성마르고 강퍅해보이는 경우에도 적용 가능한,

진정한 여론의 반영과 사회의 진보에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미국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에서, 화자의 아버지는 대강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네가 누군가를 비판하거나 뭔가를 평가하고 싶거든, 

그 누군가가 너만큼 유리한 위치에 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먼저 생각해라."

개인적으로 이는 세상의 권력이나 문제에 대해 비판하거나 의견을 낼 수는 있지만,

이에 앞서서 항상 어떤 문제에 있는 배경이나 상황을 최선을 다해서 살피고,

자신이 그 위치였다면 어떻게 했을까를 종합해서 판단해 의견을 개진하라는 뜻이 아니었을까요?

이제 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있습니다.

오전은 언제나 바쁘게 지나고, 오후는 나른해질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풍진 세상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분들에게

시간이란 당장은 지나갔으면 하면서도, 지나고 나면 아쉬운 그런 의미인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즐거운 주말 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