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이명박 대통령의 대담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대담 형식과 진행자까지 직접 지정했다고 합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이에 항의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KBS가 청와대 하청방송인가?
청와대가 또 방송사들을 들러리로 세우려 하고 있다. 설 연휴 바로 전날인 2월1일(화) 이른바 ‘대통령과의 대화, 2011 대한민국은!’이라는 대담 프로그램의 생중계가 갑작스럽게 편성됐다. 대통령과 출연자 2명이 질의・응답하는 형식으로 90분간 진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대통령이 출연하는데 생중계하는 게 뭐가 문제냐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해당 프로그램은 온전히 청와대가 기획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대담 출연자인 ‘정관용’ 씨와 ‘한수진’ SBS기자 2명도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정했다고 한다.
과거에도 대통령의 대담 프로그램이 방송된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최소한 중계를 맡은 방송사가 기본적인 대담 형식과 출연자 그리고 질문 등을 결정했다.
하지만 이번은 청와대가 사실상 모든 것을 기획, 연출하고 방송사는 청와대에 들어와서 생중계만 하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헌법과 방송법이 보장하고 있는 언론의 자유와 방송 편성의 독립을 깡그리 무시한 폭거다.
김인규 사장에게 묻는다. KBS가 청와대 하청방송인가? 청와대가 기획하고 사실상 청와대가 연출하고 심지어 제목까지 청와대가 정한 프로그램을 왜 공영방송사가 나서서 중계해야 하는가? -심지어 제목의 ‘!’조차 절대로 손대지 말라고 했다고 들린다.- 이것이 취임 당시 당신이 말한 ‘KBS를 지키러 온 것’인가?
또한 이번 프로그램은 SBS가 지난해 창사 20주년을 맞아 청와대에 꾸준하게 요구해온 대통령과의 대담이 뒤늦게 현실화된 것이다. 따라서 SBS가 중계를 주관하고 우리는 그대로 수중계를 할 예정이다.
KBS기자는 없고 SBS 기자만이 대담자로 출연하는 사실상 ‘SBS 프로그램’을 왜 KBS가 생중계하는가? 김인규 사장 당신은 자존심도 없는가?
이번 ‘대통령과의 대화’ 생중계 결정 과정을 보면서 5공(共) 시절 군사정권의 쇠사슬에 묶여있던 KBS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 몸서리가 쳐진다. 이번 ‘대통령과의 대화’ 생중계는 어떤 구실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그래도 대통령인데...’라는 식으로 넘어가려 하지 말라! 대담 가운데 뉴스거리가 나오면 기자들이 취재한 뒤 뉴스를 통해 전달하면 그만이다.
당장 편성을 취소하라! 우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만일 생중계를 강행한다면 사장과 편성책임자 등 모든 관련 책임자들을 상대로 죽을 때까지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다.
2011년 1월 27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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