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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갤럭시탭 버그투성이' 기사 삭제 관련 해명

안녕하세요
 경향신문 산업부의 송진식 기잡니다.
눈팅만 하던 제가 블로그에 글을 쓰게됐습니다. 밝고 좋은 글을 올리고 싶었는데, 이렇게 일련의 사건에 대한 해명글을 첫글로 올리게 돼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그래도 글로나마 독자분들께 말씀을 드리는게 낫겠다싶어 글을 올립니다.

 예상하셨듯이 저는 목요일 온라인에 나갔다가 삭제된 '갤럭시탭 버그투성이' 기사의 작성 기자입니다.
저는 다음날인 금(3일)에 비번이어서 간만에 늦잠을 자는 도중에 여기저기서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습니다. 기사가 삭제된 배경에 대해 여러 말과 지적이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미디어스'와 인터뷰도 했습니다. 역으로 말씀드리자면 기사가 빠지는 과정에 삼성의 외압이나 광고건에 얽힌 사연이 없었기때문에 저는 그렇게 태평하게 늦잠을 자고 있었던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온라인에 올렸던 그 기사는 '함량미달' 기사입니다. 최소한의 팩트 확인과 상대방의 해명 등 기사가 갖춰야할 요건을 갖추지 못한 기사였습니다. 그래서 기사를 삭제한 것입니다. 제가 요청했습니다.

 기사는 네이버에 있는 갤럭시탭 관련 카페 2곳을 취재하고 쓴 것입니다. 버그게시판의 내용을 보니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는 이용자가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었고, '백년대계'라는 한 카페 스탭께서는 직접 버그 문제에 대해 삼성과 주고 받은 내용을 공지까지 하셨습니다. 이른바 '사실로 믿을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별도로 실제 버그를 겪으신 분과 직·간접적으로 취재를 하거나 카페 스탭분과 통화를 하거나 등 방법을 통하지 않고 기사를 쓰기로 했습니다. 삼성측엔 이러한 상황에 대해 해명을 요구했습니다.

 삼성에 해명을 요구한 시간이 2일 오전 11시쯤입니다. 그러나 2시가 넘어서도 해명이 오지 않았습니다. 저희 내부 시스템 구조상 온라인 기사는 2시 전후로 보통 지면 마감시간(오후 5시 전후)보다 빨리 보내게 돼 있습니다.

 저는 이때 두 가지 가정을 했습니다.
첫째, 삼성이 버그사실을 없다고 하진 않을 것이다. "일부 문제가 있다고 해서 파악중"정도로 답변이 올걸로 예상했습니다.
둘째, 일단 버그 문제에 대해 기사를 올리고 삼성이 위와 같은 식으로 해명을 해오면 답변을 추가로 달아 수정을 하자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미처 삼성의 해명을 받기 전에 온라인에 기사를 썼습니다.
원칙상 이해관계가 얽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양쪽 입장을 다 들어보고 기사를 쓰는 것이 기본입니다만 저는 이것을 어긴 것입니다.
갤럭시탭이 이른바 '읽히는 기사'기 때문에 공명심에 성급하게 기사를 먼저 올려버린 점도 없지 않습니다.

 기사가 나가자 삼성이 급히 해명을 해왔습니다. 전혀 버그 사실이 없고 기사가 잘못됐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전화로 격하게 싸웠습니다. 빤히 사실인걸로 보이는데 아니라고 하니깐요. 화가 나서 "그럼 없다고 해명 달아주겠다"고 한 뒤 온라인 기사를 수정했습니다. 삼성이 "없다...."고 한 해명을 달았습니다.

 막상 해명까지 달아서 기사를 수정했지만, 내심 어딘가 불안했습니다.
제가 팩트를 직접 다 확인한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카페에 올라온 버그 관련 글들이 모두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했습니다. 어떤분은 단순 사용미숙으로 생긴 일을 버그로 생각해 올리기도 하십니다. 일부는 이미 해결된 버그도 있었고요. 또 가끔 인터넷에 보면 불순한 의도로 일부러 특정 제품을 헐뜯는 '블랙컨슈머'들도 있습니다. 팩트 확인이 덜되다 보니 이런저런 걱정이 많이 들더군요.

 최근 경향신문은 '철도공사의 노조 파업유도 의혹' 보도에 대해 판결에서 패소한 바있습니다. 판결 요지는 이렇습니다. "진실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는 할수 있으나 이를 명백한 사실로 보고 보도한 것은 잘못"이라는 취지입니다.
이런 사례를 볼 때 제 기사가 그대로 나가고 삼성이 소송을 걸어올 경우 제가 이긴다는 보장이 없는 것입니다.

 잘못된 언론보도에 대해 개인, 기업 등이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거는 것이 매우 일상적인 요즘 시대입니다. 어찌보면 언로를 막는 부작용이 있을수도 있지만, 저는 이것이 개인, 기업들의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소송을 통해 언론보도의 정확성이 더 높아질 수 있는 긍정적인 면도 있습니다. 기자들은 향후 이런 문제가 안 생기도록 보다 철저하게 기사를 써야하니까요.
또한 이런 소송을 통해 기업들은 스스로를 보호해야할 의무와 권리도 있습니다. 기업활동에 방해가 되는 기사에 대해 삭제와 수정을 요청할 권리도 물론 있습니다. 그 권리는 평등하게 적용돼야 합니다. 삼성이라고해서 그 권리가 없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런저런 만일의 경우를 생각했을 때 일단 기사를 내리고 재취재 후 확실하게 팩트를 찾아 보도하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디어스'에서는 이를 두고 "기자가 삼성의 눈치를 보고 기사를 뺐다"고 표현했습니다.
예. 어찌보면 맞는 말입니다. "지레 겁먹고 그랬다"라고 비판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건 꼭 '삼성이기때문에'의 문제는 아닙니다. 삼성이 아닌 다른 기업이었더라도, 다른 개인이었더라도 저는 기사를 내렸을겁니다. 팩트에 자신이 없으니까요.

 기사를 내리고 곧장 카페의 '백년대계'님께 사실확인 요청을 했습니다. 답장을 받았고 월요일(6일)에 통화할 계획입니다. 사실 확인을 요청한 시간은 2일 오후 4시12분이고 답장은 같은날 오후 11시쯤 받았습니다. 금·토는 제가 휴무였고 오늘(5일)은 휴일이라 백년대계님의 휴식에 지장이 있을까봐 월요일에 통화하기로 한 것입니다. 광고나 외압때문에 팩트가 맞는 기사를 내렸다면 제가 굳이 이렇게 확인 요청을 할 필요는 없었을 것입니다. 못미더우시다면 제가 백년대계님과 주고받은 네이버 쪽지 원본을 공개할 용의도 있습니다.

 추가 취재를 통해 카페측에서 삼성으로부터 받았다는 버그관련 답변 원본(메일 형태 등) 등 확인돼 버그가 팩트로 드러나면 다시 기사를 쓸 생각입니다. 
 갤탭 기사를 내린 사례는 10월에도 있었습니다. 10월15일자로 지면에도 나갔고 온라인에도 나간 기사입니다. 요지는 갤탭이 SKT를 통해 개통하는 조건으로만 판매해 사용자가 기기값+통신비까지 한꺼번에 부담해야 살 수 있다는 취지의 비판 기사였습니다. 삼성과 SKT를 모두 비판한 내용입니다.
그러나 이 기사 역시 팩트가 잘못된 기사였습니다. 저는 삼성쪽에만 확인을 했고 유통사인 SKT에는 확인을 하지 않았습니다. SKT는 갤탭을 삼성 대리점 등에서 통신개통 조건없이 단품으로도 판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역시 제 기사 팩트 자체가 틀린 것이므로 기사를 아예 삭제했습니다.

 아마 10월 때 기사삭제와 이번 기사삭제가 좀 다르게 와닿는 이유는, 10월에는 기사가 다음날 삭제됐고 이번엔 바로 삭제됐다는 것. 그리고 이번 삭제와 함께 갤탭 광고가 전면광고로 나왔다는 이유 때문일겁니다. 이 부분은 이렇습니다.

 저는 3일자로 갤탭 광고가 나간다는 사실을 온라인 기사를 올려놓은 뒤 한참 뒤에 알았습니다. 제가 삭제 얘기를 꺼내자 안에서 얘기를 해줬습니다. "마침 공교롭게도 내일자(3일)로 갤탭 광고가 나간다. 삭제하면 오해받을게 뻔한데 어쩌냐"는 말이었습니다. 저는 "그 일로 문의가 오면 이런저런 이유때문에 기사를 뺐다고 내가 답변을 하겠다. 문제될거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이를 두고 "삼성이 온라인 기사를 보고 갤탭 광고를 줬다. 그리고 기사를 뺐다"고 오해하실 수 있는데요. 말씀드리자면 삼성은 그런 식으로 광고를 주지 않습니다. 삼성과 경향신문의 사이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이런 식이라면 경향신문은 벌써 큰 부자가 되고도 남았을겁니다. 갤탭 광고를 애초에 의식했다면 제가 오전에 기사 발제를 했을 때 이미 '킬'이 됐어야 맞습니다.

 마지막으로 '삼성의 요청으로 삭제됐다'는 경향신문의 해명이 나오게 된 배경을 설명드리겠습니다. 경향의 공식 트위터에서 나온 말이라고 들었습니다. 그 트위터를 관리하는 기자분이 따로 있습니다. 그 해명글은 그 관리자 기자분 개인이 쓰신 글로, 잘못된 해명이었습니다. 경향 트위터에 올라온 글은 맞지만 그 자체는 경향신문의 공식 해명이 아닌 것입니다. 저는 이 사실을 늦잠을 자고 일어난 금요일 점심때쯤에야 알았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가 이렇게 커졌다는 것을요.
 저에게 최소한 상황이 어찌된건지만 확인했더라도 이런 해명은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분은 "지난번 김교수 칼럼건 처럼 일이 커질까봐 서둘어 일단 해명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매우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분이 나쁜 의도로 해명글을 올리신 건 아니니까 이에 대해 더 문제삼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사실이 아닌 소문과 추측들이 번져나가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제가 미흡한 기사를 성급하게 띄우는 바람에 경향신문에 오점을 남기게 됐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장문의 글을 이곳에 올리게 됐습니다. 비난받아야 할 사람은 오직 저뿐입니다.
 늦게나마 상황을 말씀드렸습니다. 많은 독자분들의 관심이 보다 좋은 기사를 쓰라는 채찍임을 알고 있습니다. 깨닫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노력하겠습니다. 염치없게도, 계속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