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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옴부즈만

[사설]손석희 사장, 검찰태도 비판 앞서 사과부터 해야

JTBC 손석희 사장이 그제 2014년 6·4 지방선거 때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무단사용했다는 의혹으로 검찰조사를 받았다. 정치적 외압 속에서 원칙을 지키고자 노력했다고 평가를 받아왔고 여론형성에 영향력이 큰 언론인이 영업 비밀을 침해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나가 조사를 받은 것은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일이다. 4월 총선을 불과 한달 남짓 앞둔 시점에서 검찰이 손 사장을 공개 소환조사한 것은 여러가지로 의혹을 받기에 충분하다. 지난해 7월 경찰에서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을 검찰이 8개월 가까이 묵혀뒀다가 굳이 이 시점에 꺼내 들 필요도 딱히 없어 보인다. 손 사장이 아니었다면 과연 언론사 사장에게 이렇게까지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정치검찰’의 행태를 비판하기에 앞서 이번 사안에 대해 손 사장과 JTBC가 지금까지 보여주고 있는 태도 역시 책임 있는 언론으로서 거리가 멀다는 데 있다. 사태가 불거졌을 당시 JTBC의 잘못된 초동대응이 검찰에 의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JTBC가 무슨 말로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려 해도 타 언론사가 24억원을 투자해 얻은 예측조사 결과를 거의 시차 없이 방송한 것은 언론윤리를 벗어난 것이다. 투표가 끝나기도 전 출구조사 결과가 SNS와 기타 매개체를 통해 유포돼 영업비밀로서 가치가 없고 JTBC가 고의적으로 편취한 것이 아니라 해서 윤리적 책임까지 면해지는 것은 아니다. 출구조사 결과를 미리 접할 수 있는 것과 이를 그대로 방송하는 것은 엄연히 차원이 다른 문제다. MBC에서 최초 조사결과를 보도한 후 3초 뒤부터 방송이 시작됐고 17개 시·도 지역의 조사 결과가 미처 다 공개되기도 전에 JTBC가 출구조사 보도를 시작한 것은 ‘인용보도’보다는 ‘절취보도’에 가깝다. 출구조사가 국민이 알아야 할 정보임에는 틀림없지만 이미 지상파 3사에서 보도가 예정돼 있던 상황에서 JTBC가 영업비밀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까지 긴박하게 보도할 사안으로 보기도 어렵다.

뉴스 진행하는 jtbc 손석희 사장_경향DB

JTBC는 “과연 형사소송까지 이를 문제인가 이견이 있다”고 했다. 이번 사태가 명확한 범죄인식보다 과도한 시청률 경쟁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나름 타당성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JTBC는 검찰조사에 유감을 표하기에 앞서 타 언론사에서 상당한 투자와 노력으로 만든 성과물에 무임승차하려 했던 것은 아닌가에 대한 솔직한 반성과 사과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