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는 26일 새 사장에 양승동 PD를 내정했다. 양 내정자는 지난 10년간 처참하게 무너진 KBS를 정상화시킬 막중한 책임을 짊어지게 됐다. KBS 이사회의 사장 선임 과정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와는 달리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았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낙하산 사장’을 밀실에서 낙점하지 않고 시민들이 사장 후보자들을 평가하는 공론화 과정을 거친 것이다. 공영방송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KBS 이사회는 서류심사를 통해 3명의 사장 후보자를 가린 뒤 지난 24일 시민자문단 142명이 참석한 가운데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생중계된 정책발표회를 열었다. 시민자문단은 분임 토의를 통해 질문을 선정하고, 후보자들을 평가했다.

 

양승동 PD. 연합뉴스

 

KBS 이사회는 이날 후보자 최종면접을 마친 뒤 시민자문단 평가결과(40%)와 이사회 평가(60%)를 합산해 최고점을 얻은 양승동 PD를 새 사장으로 내정하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하기로 했다. KBS 이사회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와 같은 방식으로 사장 선임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인 것은 평가할 만하다.

 

양 내정자는 1989년 KBS에 입사해 <세계는 지금> <역사스페셜> <추적 60분> 등을 연출했다. 2008년에는 ‘KBS 사원행동’ 공동대표를 맡아 정연주 전 사장 해임 반대 투쟁에 앞장서 보복성 징계를 당하기도 했다. 양 내정자는 정책설명회에서 “사장으로 선임되면 정치·자본 권력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하겠다”고 밝혔다. 노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KBS 정상화위원회’(가칭)를 설치해 방송공정성 위반과 제작자율성 탄압 사례 등을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도 했다. 망가질 대로 망가진 KBS를 정상화시키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이해한다.

 

지난해 KBS 구성원들이 공정방송 실천을 요구하며 141일간 총파업을 벌이고, 방송통신위원회의 재허가 심사에서 사상 처음으로 조건부 재허가를 받은 것은 공영방송 KBS의 위상이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것을 말해준다. 양 내정자는 권력에 굴종했던 과거의 잔재를 씻어내는 내부 개혁에 주력해야 한다. 보도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확보하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도 시급하다. 이념과 정파에 치우치지 않고, 권력 감시와 견제라는 공영방송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시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KBS의 부끄러운 역사에 종지부를 찍기 바란다.

 

Posted by 미디어로그 칸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