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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상업주의 강화로 미디어생태계파괴


 ‘광고시장 확대’를 골자로 하는 방송통신위원회의 2011년 업무보고에 대한 미디어전문가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방통위의 업무보고에 나타난 신년 구상이 방송 공공성을 흔들면서 미디어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방송을 산업논리로 접근한 방통위 안이 상업주의, 방송의 광고주 종속성, 시청자 주권 침해 문제를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한다. 방통위 업무보고는 당·정·청 등 여권이 미디어법을 애초 밀어붙일 때 공언했던 여론 다양화, 콘텐츠 질 향상, 일자리 창출, 지상파 독과점 해소 등 정책 목표를 스스로 부정한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방통위는 지난 17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현행 방송광고금지품목인 의료기관·전문의약품 광고와 지상파방송의 중간광고·광고총량제·협찬금 허용 방안을 보고했다. 종합편성·보도채널 등 케이블 TV와 지상파에 금지된 광고를 풀겠다는 게 요지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가운데)이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1년 방통위 업무보고에서 내년도 핵심 정책과제를 설명하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방통위 야당 측 양문석 상임위원은 “업무보고는 의결된 게 없는 ‘아이디어’로 확정되기 위해서는 상임위원들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전제한 뒤 내용을 비판했다. 양 위원은 “업무보고는 방송과 인쇄·전자매체들 간 상생과 문화적 다원성 확보 계획없이 어떻게 종편을 안착시키고 특혜를 주느냐는 고민에서 출발한 것”이라며 “결국 광고 확대를 통해 종편과 지상파 모두에게 먹거리를 던져주는 아이디어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아이디어를 밀어붙이면 미디어생태계는 상업주의 극대화로 덩치가 큰 자만 살아남는 적자생존의 밀림으로 바뀔 것”이라며 “소수·소외 계층,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매체는 사라지고, 특정 계급·집단, 돈과 권력만을 위한 편파보도가 판을 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의약품 광고 허용에 대해 양 위원은 “대중 노출도가 높은 방송에 전문의약품 광고가 나가면 사회의 약품 의존성을 강화시키면서 자칫 ‘약먹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절대 허용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도 상업성이 중심되는 방송 체제를 우려한다. 김 교수는 “방통위 업무보고는 단순히 미디어 광고시장에서 방송광고가 늘어나고, 매체 간 유불리 문제에 그치는 게 아니다”며 “방송 지형을 공공성에서 상업성의 영역으로 옮기면서 방송의 기본 성격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중간·간접광고가 광고총량제와 결합하면 결국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에 광고를 더 붙이면서 시청률 지상주의를 강화할 것”이라며 “또 미디어렙 경쟁체제 도입과 결합될 때 미국과 같이 시청률에 연동하는 광고비 단가 조정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거세질 것이고, 방송의 광고주 종속성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광고 전문가인 김이환 중앙대 신방대학원 객원교수는 방통위의 2015년 광고 시장규모 GDP 1% 수준 확대 목표와 관련, “내년 초부터 풀리는 가상광고 등도 대단히 큰 광고산업 규제 완화”라며 “그 1%를 맞추기 위해 추가로 광고총량제나 중간광고 등을 무리하게 풀다 보면 광고 산업 형평성이 무너지고 미디어별로 부익부빈익부 현상이 두드러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광고총량제를 허용하면 광고주나 방송사가 광고효과와 광고수익을 위해 시청률이 높은 프로에 집중하기 때문에 방송의 선정성·저질화·폭력성 등 막장 프로그램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또 광고로 도배된 주시청시간 대 프로그램은 시청자 주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업무보고 내용과 함께 방통위 역할 문제도 함께 짚었다. 최 교수는 “방통위가 업무보고에서 채널 차별성, 공공성 유지 등 기본적인 마스터플랜 없이, 규제완화부터 하겠다는 것은 방송정책을 안하겠다는 것”이라며 “규제 기구인 방통위가 규제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방통위의 자기 부정”이라고 말했다. 방통위는 산업진흥·집행기관이 아니다는 말이다.


 최 교수는 전문의약품 등 방송광고금지 품목 규제 완화와 관련, “생수, 의약품, 나이트클럽 광고 등을 풀어버리면 방송이 공적매체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매체간 악순환 문제도 지적하며 “지상파가 케이블에서 하는 걸 다하면, 케이블은 또 규제를 더 풀어달라고 할 것”이라며 “결국은 형법상 규제하는 음란물 빼고는 다 풀어야하는 상황이 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이 공언했던 일자리창출에 대해 “지금 종편을 한다는 사업자들이 신규 인력을 몇명이나 뽑았냐”며 “종편 사업자가 선정된 뒤에도 다른 회사 인력 빼가기와 기존 인력 재배치만 있을 뿐 신규 인력 채용은 없이 비정규직만 양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목·최희진 기자
jom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