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징계 플루'에 '막걸리 보안법 부활'

“한번 새는 바가지가 계속 새는 거지요. 협업한답시고 설레발치고 문제의 이화섭씨를 국장에 앉힐 때부터 김특보의 의도는 노골적으로 드러난 거 아닌가요? 그래도 시간 좀 지나고서 본색을 드러낼 줄 알았더니 참 일찍도 저지르십니다. 수 떨어지게… 쯧”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노조)가 23일 낸 특보에서 밝힌 ‘감봉1개월 징계를 부른 댓글’ 사례다. 이 댓글은 <추적60분> 조현오 동영상 취재와 관련해, 한 조합원이 올린 것이다. 사측은 징계처분통보서에서 사유로 “사장과 국장을 상대로 모욕을 느낄 수 있는 표현을 사용”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을 들었다.
　

　KBS에서 ‘징계’와 ‘감사’를 무기로 구성원들은 억압하는 사례들이 이어지고 있다. 노조원들이 ‘막걸리 보안법’의 부활이자 ‘징계 플루’ 라고 부를 정도다.

　23일에는 불상 사태를 겪은 <추적60분> 제작진에 대한 전원 감사에 들어갔다. 강윤기·심인보PD 등은 23일 트위터에서 “감사실에서 추적60분 제작진 전원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유는? <추적60분> 불방 사태를 비판하며 내건 플래카드 때문이다. 새노조는 “(지난 15일) 추적60분 팀 사무실에 걸려있던 플래카드를 이화섭 국장이 손수 철거했다. 감사팀은 사무실에 플래카드를 걸었다는 이유로 추적60분 제작진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새노조는 또 “사측이 언론노조 KBS본부에 대해 무려 60명을 징계하겠다며 그 명단을 통보했는데, 조합 집행부, 중앙위원, 시도지부장은 물론 심지어 평조합원까지 포함돼있다”며 “사측은 징계회부 사유로 ‘불법파업, 이사회 방해, 노보에 의한 공사명예훼손’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새노조는 “사측 징계 사유는 모두 자가당착”이라며 “추적60분 불방사태로 궁지에 몰리자 우리 조합과 조합원을 상대로 한 치졸한 보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노조는 또 “KBS가 사내 언론인 노보의 비판과 풍자적 표현에 대해 징계를 내리겠다는 것은 언론사로서의 자존심을 스스로 팽개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새노조는 “서슬퍼렇던 유신과 막걸리보안법의 말로를 떠올려 보라. 억압의 칼날은 폭발적인 민주항쟁으로 되돌아왔고, ‘각하가 곧 국가’라며 호가호위하던 경호실장과 독재자는 같은 날 비참하게 세상의 끝을 보았다”며 “김인규 사장이 아무리 입을 틀어막으려해도 저항과 발언은 끝나지 않을 것이고, 그것이 오히려 그와 KBS를 제자리로 돌려놓는 길”이라고 말했다.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