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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미디어 뉴스

영국과 중국의 양귀비꽃 논쟁

이맘때쯤 되면 영국 사람들은 가슴에 빨간 꽃 한송이씩을 달고 다닙니다. 양귀비(Poppy)꽃을 본 떠 만든 이 꽃은 세계 제1차 대전과 2차 대전에서 전사한 군인들을 기리기 위한 의미를 지니고 있지요. 
매년 11월 11일과 가까운 일요일, 보통은 둘째 일요일에 리멤버런스 데이(Rememberence Day)로 지정해 행사도 갖습니다. 1차 대전의 종전일인 11월 11일에서 그 의미를 따왔다고 합니다.

왜 하필 양귀비꽃일까요? 
제가 영국 친구에게 들은 바로는 많은 병사가 죽어간 1차 대전의 전장에서 피어난 꽃이 양귀비이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따라서 이 양귀비꽃은 쓰러져간 병사를 상징하고 캐나다, 영국 등 영연방권 국가에서는 그들을 추모하는 상징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해외에서는 때아닌 양귀비꽃 논쟁이 눈에 띕니다. 

중국을 방문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방중단들도 이 꽃을 가슴에 달았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입장에서는 실패한 아편전쟁이 연상되기 때문에 양귀비꽃 배지를 달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불평등 조약'으로 규정된 난징조약으로 끝난 아편전쟁을 상징하는 양귀비꽃이 반가웠을 리 없었겠죠. 하지만 영국 방중단은 끝까지 양귀비꽃을 가슴에 달았습니다.




이를 두고 영국 일간 가디언의 마이클 화이트는 자신의 블로그에 '캐머런 총리는 중국에서 양귀비꽃을 달지 말았어야 했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이 글에서 그는 "회유적인 퇴각은 좋은 매너이기도 하고 날카로운 전술이며 경제적, 정치적으로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예민하고 자신감있는 (중국의) 정치 지도자들을 위한 작은 제스쳐 이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양귀비꽃 달기에 대한 영국내 반응은 찬성 일변도는 아닙니다. 

지난해에는 채널4의 뉴스 진행자이자 언론인인 존 스노우가 방송에서 자신의 성향을 나타낼 수 있는 어떤 종류의 상징도 달 수 없다며 양귀비꽃 배지 달기를 거부했고, 모두들 양귀비를 달아야한다는 주장은 양귀비 파시즘 'Poppy Fascism'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양귀비꽃 하나를 보는 시선도 이렇게 다릅니다.                                              



국제부 이지선기자 jsl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