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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옴부즈만

종편채널 허가는 원천 무효다

미디어업계의 ‘4대강 사업’인 종합편성채널 사업자가 선정됐다. 소문대로 <조선><중앙><동아>와 <매경> 등 4대 신문사가 방송사업에 진출했다. 연합뉴스는 보도전문 채널사업자로 선정되어 YTN과 경쟁하게 됐다. 전국에 전송되는 다섯 사업자가 방송을 시작하게 될 경우 국내 미디어 업계는 과당 경쟁과 군소미디어 몰락 등 큰 혼란에 빠질 우려가 크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사업자 선정의 근거였던 미디어 관련법이 2009년 불법 날치기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향하는 방송은 한나라당이 가장 두려워하는 미디어이다. MB정권은 출범 직후부터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국내의 공공방송시스템을 해체하고자 했다. 이번 종편허가는 그 완결편이라 할 수 있다. 2009년 이후 조중동 등 보수신문은 종편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충성경쟁을 벌였다. 일자리 창출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 여론다양성 해소라는 주장은 조중동을 방송에 진입시키기 위한 허울에 불과했다.

 이번에 종편사업자로 선정된 조중동과 매경은 국내에서 신문발행부수 1~4위 사업자다. 모두 보수 신문으로 ‘언론재벌’이고 ‘족벌언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네 사업자의 2009년 발행부수를 합하면 530만부가 넘는다.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경향> <한겨레> 발행부수의 10배 가까이 된다. 2010년 언론진흥재단 조사에 따르면 조중동의 전체 매체시장에서의 영향력도 공영방송(KBS, MBC)과 상업방송(SBS)의 중간정도다. 이렇듯 이미 여론시장의 ‘공룡’인 네 신문사에게 종편 채널을 허가한 것은 권언유착의 제도화다.



 이번 사업자 선정을 주도한 1기 방송통신위원회의 문제도 심각하게 드러났다. 야당에서 추천한 부위원장과 상임위원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사업자 발표에 불참했음에도 불구하고, 위원장 독단으로 사업자 발표를 강행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종편사업의 가능성이나 사업자 수에 대한 명확한 판단도 없이 정치권력과 족벌언론의 요구에 따라 다수 사업자를 진입시킨 것은 자가당착이다.


 방송영역에서의 진입규제 정책은 이제 사실상 정당성을 상실했다. 이럴 바에야 사업자 진입에 대한 규제 자체를 없애고 원하는 자는 누구나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것이 합당하다. 자본금 규모를 3000억 이상으로 제한한 것은 사실상 불법행위다. 3000억 원을 동원할 능력이나 의지가 없는 사업자는 애초에 사업권 신청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3000억 원이 없으면 방송하지 말라는 조건이 대체 어느 법에 근거한 것인지 묻고 싶다.


 향후 정치적 성향이 유사한 네 채널이 생존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최근 국내 광고시장은 8조원 대에서 정체하고 있다. 신문과 방송 영역의 광고는 가파르게 줄고 있는 반면 온라인 비즈니스 영역의 비중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종편 채널이 문제가 아니라 기존 방송의 경우도 광고 기근에 봉착해 있다. 물론 거대 신문들은 막강한 정치적 힘을 가지고 있다. 정부여당에게 광고 할당, 규제 완화, 채널연번제 등 맞춤형 지원정책을 요구할 것이다. 사업권을 내줬으니 살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울 것이다. 특혜성 규제완화 정책이 이어질 경우 국내 미디어 시장 전체가 몰락할 가능성이 크다. 지원정책이 이어진다고 해도 종편사업자가 공급할 수 있는 콘텐츠는 권력 편향 뉴스와 저질의 싸구려 오락물 정도다.


 어떤 셈법을 동원해 봐도 이번 종편사업자 선정은 원천무효다. 날치기한 위헌적 법률에 근거하여 사업자를 허가하였고, 방통위에서 납입자본금 규모 설정 등을 통해 미디어 경영에 접근할 수 있는 국민의 기본권을 부당하게 침해했다는 점에서 잘못된 행정행위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