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디어칼럼+옴부즈만

종편 보도, 경향의 절제된 비판 기대(옴부즈만)

신지혜 / 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4학년

 연평도 포격 사건의 후폭풍이 거세다. 북한의 추가 도발위협 및 서해 한미연합훈련, 사건에 대한 책임론에 통일 예측까지 불거지면서 끊임없이 촉각을 곤두세워야 했다. 경향도 보도량에 있어서는 타 언론사에 뒤지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 독자에게는 그만큼 사안이 심각하고 상황이 위태롭다는 의미로 들린다. 이번 사건으로 지면에 실리지 못한 기사도 많을 것이다.


 경향은 연평도 포격의 후속보도에 집중하면서도 다른 사건들이 묻히지 않도록 균형있는 보도를 하려 애썼다. 지난 주에는 미국과의 FTA 추가협상 타결, 천신일 회장 소환조사, 삼성 사장단 인사, 위키리크스 외교전문 공개 등 큰 이슈가 많았다. 지난 1일 마감된 종합편성채널 및 보도전문채널 사업자신청 역시 그 중 하나였다. 경향은 2일 보도를 통해 주요 보수일간지 세 곳을 포함해 총 여섯 곳의 언론사가 종편희망사업자 신청서를 냈다는 소식을 전하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8면 <보도·교양은 ‘보수 편향’ 드라마·예능은 ‘선정성’ 우려>)



 정부는 최종 몇 곳을 사업자로 선정할지는 정하지 않은 상태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절대평가’방식으로 채점해 80점을 넘긴 언론사는 모두 사업자로 승인하겠다고 밝혀 일부 언론사들의 ‘도전정신’을 부추겼다. 종편 사업자 신청서를 제출한 신문사들은 이미 수십개월 전부터 종편승인을 대비해 방송영역으로 콘텐츠를 확장하고 다양한 특집물을 만드는 등 사전준비를 차곡차곡 진행해 왔다. 해당 신문사 지면을 통해 자신들의 종편진출을 지지하는 근거 역시 빈도높게 보도했다. 자연스럽게 미디어법과 종편 정책에 대한 비판이 실종됐다. 공정성과는 거리가 먼 행보다.

 사실 경향은 종편 열기에서 한 발짝 물러난 입장이다. 사업자 신청을 하지 않았으니, 반대쪽에서 이는 열풍에도 초연하다. 경향의 보도에 따르면, 종편 선정과정에 비판점이 산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낮은 채널 번호(지상파 채널에 가까운 번호), 광고 제한 품목 금지조치 완화 등 특혜 의혹이 일면서 경향과 같이 이권이 개입되지 않은 언론사의 역할이 본의 아니게 커졌다. 실제로 경향을 비롯한 진보언론에서는 종편 사업안이 최초로 제기된 시점부터 보수언론의 영향력 확대 및 특권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강하게 냈다. 지난 주 지면에서는 종편을 반대하는 시민단체 및 정치권의 목소리를 뚜렷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자임하기도 했다. (1일 21면 <야당·시민단체 “종편 특혜방지”로 방향선회>) <“스마트 TV시대 ‘채널’은 난센스”>(2일 21면) 기사는 단순히 ‘보수언론이라 안된다’라는 논리에서 벗어나, 스마트TV로 이행하는 미디어 시장의 변화와 지상파와의 경쟁 등을 이유로 종편채널에 대한 우려를 조목조목 소개했다.

 다만, 1일자 21면 <보수언론 ‘북 ①번 포탄’ 빌미 매카시즘적 보도>는 기사의 내용과 지면배치 모두 감정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경향은 해당 기사를 <야당·시민단체 “종편 특혜방지”로 방향선회> 바로 아래에 배치해 KBS와 조선일보의 단정적인 보도행태를 비판했다. 그러나 굳이 경향에서 보수언론이 종편사업자로 선정됐을 때의 폐해를 강조하기 위해서 이 같은 장치를 사용했어야 하는 의문이 든다. 보통 상식으로 볼 때 이 보도는 앞부분 연평도 포격사건 기사를 배치한 지면에 함께 들어가야 하는 것이 맞다.



 “‘북 ①번 포탄’을 ‘1번 어뢰’와 연관지어 천안함을 북한 소행으로 단정짓고 있다”는 한 문장이 보수언론이 종종 보이는 문제적인 보도태도를 포괄할 수는 없다. 일반화의 아둔함은 경향이 잘 보이지 않던 태도다. 많은 사람들은 이미 경향과 조선일보가 같은 사안을 두고 전혀 다른 보도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다만 이 상식을 공정한 근거를 토대로 기사화하는 것은 경향의 몫이다.

 종편에 대한 경향의 비판은 소중하다. 정부를 감시해야 할 언론사 중 여섯 곳은 이미 그들의 눈에 들기 위해 스스로 비판의 칼을 내려놓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디어법 통과 이후 입법과정에 대한 논란은 이미 종식된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됐고, ‘과연 누가 종편 사업자가 될 것인가’라는 궁금증에 논의의 중심이 수렴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향이 문제의 폐부를 찌르되 그 과정이 감정에 치우치지 않았으면 한다. 과거 민주노동당과의 논쟁에서 경향은 사설의 익명성을 등에 업고 섣부른 감정선을 보인 적이 있다. 종편 사업 희망자와 그렇지 않은 자, 보수와 진보의 경계선이 우연히 맞아떨어진 지금, 경향의 절제된 비판을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경향이 이번 종편 사업자 선정 과정에 ‘무기력함’을 보이지 않았으면 한다. 신문사 이권투구의 장이 방송까지 확장된 지금, 경향을 비롯한 다수의 언론사는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기만 하는 듯한 인상이 든다. 독자로써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비판의 날은 세우되, 경향 역시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어떤 노력을 하는지 지면에서 간간이 지켜볼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