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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옴부즈만

종편, 여론 독과점의 신호탄

최진봉 텍사스주립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2010년 마지막 날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사업자 선정 발표가 새해 벽두부터 방송가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번 종편 사업자 선정은 정부와 여당이 지난 2009년 7월 국회에서 물리력을 동원해 미디어법을 날치기로 통과시킬 때부터 이미 예견됐던 일로 이명박 정부의 언론 보수화 시나리오가 하나씩 우리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선정된 종편 사업자에 우리나라 신문시장의 약 70%를 장악하고 있는 보수 신문사들이 모두 포함된 것은 보수 언론사들에게 방송이라는 새로운 미디어 시장까지 허가해 줌으로써 보수언론사들이 여론을 독과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기 위한 정부의 꼼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도 지난 1996년 텔레커뮤니케이션법 통과를 통해 부분적으로 신문사가 방송사를 겸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한 방송사가 소유할 수 있는 방송국의 숫자도 대폭 확대하는 등 방송사의 소유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이로 인해 소수 거대 미디어 그룹들이 지역방송국과 소규모 방송사들을 사들이면서 미국 방송시장의 약 90%가 소수 거대 미디어 그룹에 의해 장악되는 심각한 여론 독과점 현상을 유발하는 결과를 초래해 시청자들이 다양한 여론을 습득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했다.


 정부 여당의 언론 보수화 전략의 산물인 미디어법의 첫 작품으로 탄생한 이번 종편 사업자 선정도 현 정부의 정책기조를 적극 지지하는 보수 성향의 언론사들에게 새로운 방송 매체를 선사함으로써 미국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소수의 보수 언론사들이 여론을 독과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었다. 문제는 이러한 보수언론사들의 여론독과점이 한쪽으로 편향되지 않고 균형있는 정보의 제공을 통해 국민들의 정보추구권을 충족해 줄 수 있는 건강하고 공정한 언론환경의 조성을 방해해 국민들의 알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이번 종편 사업자 선정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예상을 뛰어넘는 4개의 종편 사업자를 선정함으로써 그렇지 않아도 치열한 방송광고시장에 출혈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제한된 방송광고시장에 4개의 새로운 사업자들이 뛰어들게 되면서 조성되게 될 치열한 방송광고시장 쟁탈전은 필연적으로 막가파식 시청률 경쟁을 불러오게 될 것이다.


 상업방송이 대부분인 미국방송의 경우 방송사들이 치열한 시청률 경쟁을 벌이고 있고, 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방송사들은 프로그램의 성격에 관계없이 거의 모든 프로그램을 선정적이고 오락적으로 만드는 등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기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방송 채널인 폭스뉴스(Fox News) 채널은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프로그램을 선정적이고 오락적으로 만드는 대표적인 방송사 중 하나다.


 폭스뉴스 토론 프로그램의 경우, 토론자를 불러놓고 자신들의 논조와 맞지 않은 이야기를 하면 무턱대고 말을 중간에 끊어 버리고, 막무가내식 막말로 자신들의 논조와 맞지 않는 발언을 하는 토론자를 면전에서 공격하며, 진보진영 출연자들에게 닥치라고 큰 소리로 면박을 주는 등 자극적인 요소들을 프로그램에 배치시켜 시청자들이 마치 싸움을 구경하는듯한 느낌을 받아 카타르시스를 일으키도록 하는 전략으로 시청률을 끌어 올리고 있다.


 폭스뉴스의 이러한 전략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 데 성공했고 현재 미국 내 뉴스 채널 중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선정적이고 오락적인 방송 프로그램 제작은 방송의 공정성과 공영성을 심대하게 해칠뿐더러 보수 편향의 획일적인 정보만을 시청자들에 전달해 여론의 획일화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이번 종편 사업자 선정으로 치열한 광고쟁탈전에 뛰어들게 된 지상파 방송사와 종편 방송사들은 무차별적 시청률 경쟁에 내몰리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결국 폭스뉴스처럼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방송을 통해 획일적인 정보만을 양산해 내는 등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