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디어칼럼+옴부즈만

[칼럼]SNS 때문에 졌을까

정인숙|경원대 교수·신문방송학

서울시장 보선 결과가 나오자 여기저기서 성공과 패배의 원인을 분석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 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키워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아닌가 싶다.

여당은 선거 패배의 원인 중 하나로 SNS 전략 미스를 꼽았으며 마침내 SNS 명망가를 영입한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제2의 스티브 잡스로 인정한 일본 소프트뱅크 창업자 손정의는 열성적인 트위터 이용자다. 그는 기업 경영자로서 트위터를 통해 받은 가장 큰 선물은 무엇보다도 고객의 속마음을 헤아리게 된 점이라고 한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SNS는 여론을 반영해주는 바로미터일 뿐 SNS 그 자체가 승리나 패배의 원인이 아니다.

SNS 때문에 패배한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속마음을 제대로 헤아릴 수 있는 마음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코미디가 끊임없이 정치를 패러디하고 있고, 연예인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정부·여당의 실정을 비판하고 있는데도 그 실상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했다.

물론 미디어는 여론형성을 통해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언론이 국민의 마음만 제대로 읽고 전달할 수 있다면 기성 언론도 얼마든지 SNS 같은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

여론형성이론 중 ‘침묵의 나선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국민은 매스 미디어를 여론의 나침반으로 보고 자신의 의견이 미디어에서 제시하는 의견과 일치하면 자신의 의견을 노출시키고, 그렇지 않으면 침묵한다고 보는 이론이다.

그런데 기성언론의 보도가 내 의견과 다르다는 것을 느낀 민의들은 SNS를 포함한 다양한 대안매체를 통해 여론의 물꼬를 텄으며 소통하기 시작한 것이다.

20~40대와 50대 이상의 표심이 크게 갈린 것은 물리적인 나이와 세대 차이라기보다는 그들이 여론의 향배를 파악하고 소통할 수 있는 미디어가 달랐기 때문일 수도 있다.

SNS가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해서 과거에 언론을 통제했듯이 SNS를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SNS의 핵심은 자발적 소통이다. SNS는 소통의 광장이며, 시민들이 만들어가는 여론광장이다.

기성언론이 전문 언론인들에 의해 필터링된 기사를 제공한다면 SNS 여론광장은 국민 모두가 언론인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SNS의 명망가를 영입해서 선거전략을 짜겠다는 발상이 시대착오적으로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읽다보니 이런 대목이 눈에 띈다. 잡스는 왜 사람들이 완고한 사고방식에 빠지고 혁신적인 성향이 줄어드는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다가 이런 결론을 내렸다.

“사람들이 일정한 패턴 속에 갇히는 겁니다. 레코드판의 홈과 같은 그런 패턴말입니다. 그들은 결코 거기서 빠져나오질 못합니다.”

정부·여당이 미디어나 여론에 대한 정형화된 사고의 패턴에 갇혀 있는 것 같다. 그로 인해 자발적 소통의 공간을 구시대적 규제의 틀로 규율하는 무리수를 두지 않을까 우려된다.

얼마 남지 않은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SNS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 신규 서비스와 콘텐츠에 대한 심의를 전담하는 ‘뉴미디어정보심의팀’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심의기준에 대한 자의적인 해석이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치권에서 선거 패배의 원인이 SNS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SNS 여론광장에서 행해지는 표현행위에 대해 불필요한 제한 조치를 강구하지 않을까 크게 우려된다.

선거 패배의 원인을 단순히 SNS로 보고 대응한다면 또다시 패배한다.

정치권이 국민의 속마음을 헤아리는 심안(心眼)을 가지고 혁신적 사고를 할 때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시민단체든 SNS 광장의 민심은 그것을 행할 수 있는 주체로 향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