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언론 보도 방식 중 대표적 문제가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글이나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에 올라온 개인의 의견을 마치 온라인 공간 전반에 널리 알려지고 공유된, 의미 있는 사회적 현상으로 보도하는 것이다. 언론이 온라인 공간 속에서 미처 주목하지 못한 시민의 의제를 발굴, 보도하는 것은 고무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최근 ‘페미니스트 논란’ 프레임을 통해 여성 연예인의 일상을 논란으로 부각하는 언론 보도들은 공공성을 지닌 사회적 의제 발굴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통상 언론이 이러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물을 기사화할 때는 대중의 주목을 끌 소재인지를 먼저 고려한다. 최근 자주 등장하는 주목 소재 중 하나가 ‘페미니스트 논란’이다. 페미니즘 자체를 문제시하면서 사회적 갈등의 원인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언론이라면, 한 여성이 페미니스트여서 문제라는 온라인상의 주장을 그대로 유통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먼저 질문해봐야 한다. 그러나 몇몇 언론의 경우 보도 가치와 공공성에 대한 판단보다는 페미니스트와 여성 연예인을 결합할 때 나오는 주목 효과에만 몰두하는 모양새이다.

 

이런 보도는 특정 여성 연예인에 대한 비난과 인권 침해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적이다. 여성 연예인이 페미니즘 관련 상품을 사용하거나 관련 문화 콘텐츠를 경험하고 추천하는 일을 논란의 시작으로 프레이밍함으로써 결국 ‘논란’ 발생의 당사자에게 책임을 묻게 만드는 것이다. 사실 여성의 특정 복장을 비난하는 목소리, 혹은 여성 연예인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 것 자체를 비난하는 목소리는 몇몇 온라인 공간에 등장한 일부의 목소리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특히 이번 ‘논란’ 보도에서 몇몇 언론사는 ‘페미니스트 주장을 담은 티셔츠를 입다니 이기적이다’라는 주장을 제목으로 뽑아 강조하는 방식으로 의제화했다. 제목 자체에서 논란의 책임을 여성 연예인에게 명백히 돌리고 마치 인성이나 직업의식 등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도하여 개인에 대한 비난으로 쉽게 전환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준 것이다. 과거 여성 연예인에 대한 보도를 비판하는 목소리에서도 여러 번 강조되었듯, 언론은 누리꾼들이 악플을 달고 있다는 내용을 슬쩍 끼워 넣음으로써 면죄부를 획득하려 한다. 논란이 있다고 보도하고, 악플이 있다고 보도하고, 악플이 본질을 가린다고 훈수를 두는 모양새로 자신들은 무관한 듯 입장을 취하면서, 하나의 사안으로 여러 기사를 생산하고 주목을 획득한다.

 

그러한 보도는 일부러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연예인에 대한 일부 부정적 의견을 확인해줄뿐더러, 부정적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선입견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유하지 못한 채로 스스로 정당화하는 자원으로 활용된다. 즉 이렇게 기사화되는 ‘논란’은 논란의 내용을 사유하게 하기보다는 논란이 실재한다는 것을 확인하는 표지로만 기능한다. 우리 온라인 커뮤니티 문화나 SNS 문화에서는, 자신의 생각이나 타 커뮤니티의 게시글뿐만 아니라 관련 언론 기사를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특정 커뮤니티의 게시글이나 개인의 글일 경우 그 발화자에 대한 평가가 연동되기 때문에 ‘사실’ 주장을 하기 어렵지만 기사화되면 사회적 사실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언론 보도는 특정한 주장을 사실로, 그리고 그러한 논란이 실제가 되는 데 기여하게 된다.

 

이렇게 어떤 주장을 논란으로 실제화하는 보도는 우리 사회에서 페미니스트가 문제라는 담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우리 언론이 공론장 내 담론의 틀을 소모적으로 구성하여 성평등 가치에 대한 여러 고민을 어렵게 만드는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는 언론이 수행해야 할 공적 책무에 어긋나는 행위이다. 여성 연예인에 대한 모욕을 바탕으로 언론의 수익 창출에만 기여하는 ‘페미니스트 논란’ 프레임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여성학협동과정 부교수>

Posted by 미디어로그 칸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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