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12일 조정래 작가 등단 50주년 기념 모임이 열렸고, 여기서 기자의 질문에 대답한 작가의 말이 뜨거운 논쟁거리가 됐다. 일본 유학을 다녀오면 다 친일파가 되고, 이들을 징벌하는 법 제정에 적극 나설 것이라 발언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많은 언론들이 보도했지만 이 발언에서 가장 중요한 ‘토착왜구’라는 표현을 삭제하거나 주변화한 채 기사가 나갔고, 이를 기정사실화한 채 세간의 반응이 터져 나왔다. 일본 유학을 다녀온 사람은 다 친일파냐, ‘이 정도면 광기’라는 표현이 나왔고, 문재인 대통령 딸이 일본 유학을 다녀왔으니 친일파고 딸을 유학 보낸 문재인 대통령도 토착왜구냐는 비웃음까지 나왔다.


우리 현대사에 민감한 부분을 건드린 것이니 이 정도 반응은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게 기자가 현장을 제대로 전하지 못한 것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라면 불필요한 사회적 혼란이 아니었을까? 당시 진실은 머니투데이 기자가 반일종족주의 저자들이 작가의 아리랑 같은 작품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비판하는 것에 관해 질문을 했고, 작가가 이들의 주장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온 표현이었다는 것이다. 즉 일본 유학생 전부를 친일파라고 했다기보다는 작가가 보기에 일본 유학 갔다 온 이후 친일파 같은 행동을 하는 소위 ‘토착왜구’를 지칭하는 것이었다. 일본 유학을 갔거나 다녀온 사람들 중 윤동주, 장준하 같은 애국자들이 많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알고 조정래 작가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조정래 작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발언 그대로만 보면 오해의 소지가 있다. 그렇지만 기자의 구실은 진실을 전달하는 것이다. 발언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면 책임이 끝나는 것이 아니고, 사실의 진정한 의미, 즉 ‘진의’를 전달하는 것이어야 한다. 만약 기자들이 일본 유학 갔다 온 사람들은 다 친일파라는 의미로 들었다면, 당연히 어이없는 그 주장에 재질문을 했어야 마땅하다.


일반적으로 영상과 다르게 문자는 명확한 뜻을 가지고 있는 듯 보이지만 문자 역시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고, 맥락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기자라면 조 작가의 발언을 맥락을 고려해 해석하려 노력했어야 하고, 혹이나 그냥 전달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오해를 없애려 노력했어야 한다. 그게 취재이고 ‘현장성’인 것이다. 만일 사실의 ‘의미’를 이해하고 진실을 전달하려 노력하지 않는다면 기자가 필요한지 의문이다. 지금은 예전과 다르게 다양한 기록 수단이 있고, 그 기록을 그대로 전달하면 되니 기자가 필요 없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 로봇 기자가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 기자를 대체하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또 현장에 없었던 언론사들 역시, 뉴스통신사 기사에는 ‘토착왜구’라는 표현이 있었음을 감안하면, 그것이 어떤 맥락이었을지 합리적 의심을 했어야 마땅하다. 그렇다면 그런 왜곡된 기사가 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현장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최소한 현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문장의 맥락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 발언은 작가 등단 50주년을 기념한 행사에서 나온 것이고 행사 중 작가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작가의 발언 내용과 질의응답이 있었을 것이다. 기자들에게는 그 많은 것들보다 토착왜구라 불리는 사람들이 작가를 비난하는 것에 분노해서 내뱉은 답변이 가장 중요했을지 의문이다. 그것도 맥락을 배제한 채. 더군다나 십중팔구 그 자리에 있었던 기자들 대다수가 문학 관련 기자이거나 최소한 문화 관련 기자였을 것이다. 문화를 이해하는 다수의 기자들이 그 발언을 중요한 기삿거리로 생각했다면 문화부 기자들의 수준이 비웃음의 대상이 되지 않을지 의문이다.


취재가 없는 기사, 현장성을 잃어버린 기사. 극복해야 할 언론의 과제다.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컨텐츠 융합자율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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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디어로그 칸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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