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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옴부즈만

‘차라리’ 최시중 유임이 낫다

김종배 | 시사평론가


말이 많다. 한쪽에선 유임될 거라 하고 다른 한쪽에선 사실무근이라 한다. 다음달에 임기가 끝나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거취를 놓고 이렇게 말이 춤춘다.

어차피 인사권자 흉중에 달린 문제, 사실 확인이 어렵다면 서술어를 ‘~일 것’에서 ‘~여야’로 바꾸면 될 듯한데 이마저도 어지럽다. 여권 일각에선 ‘계속해야’ 라고 주장하고 야권에선 ‘물러나야’ 라고 주장한다.

이럴 땐 달리 방법이 없다. 기존 논의에 숟가락 얹을 생각을 버리고 스스로 밥상을 차리는 게 상수다. 남이 뭐라 하든 제 목소리를 내는 거다. 그래서 말한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물러나지 않는 게 낫다. ‘차라리’ 그게 낫다.



야권의 최시중 사퇴 주장엔 전제가 깔려있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물러나면 방통위 구성이 확 바뀌고, 방통위 구성이 확 바뀌면 방송정책 또한 크게 바뀔 것이라는 전제 말이다.

하지만 부질없다.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어차피 방통위원장 선임 권한은 대통령과 여권이 갖고 있다. 이들이 변하지 않았다. 방송관도, 방송정책 기조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이런 이들이 다른 사람을 골라봤자 ‘그 밥에 그 나물’이다.

야권이 ‘전투력’을 키워 변화를 강제하면 또 모르겠지만 이 또한 기대난망이다. 3년 동안 허약한 체질에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인 야권이 한달 만에 괄목상대해 방통위 인사를 강제하고 방송정책 전환을 이끈다고 가정하는 건 몽상이다.

사정이 이렇기에 ‘차라리’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유임되는 게 낫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면 적어도 무형의 소득 두 가지는 챙길 수 있다.

인사청문회의 전범을 세운다. ‘도덕 청문회’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정책 청문회’의 전범을 세운다. 이전 행정에 책임지지 않는 새 인물을 앉혀놓고 정책 소신 따위나 묻는, 맥 빠진 정책 청문회가 아니라 장본인을 앞에 앉혀놓고 정책 시비를 가리는, 뜨거운 정책 청문회를 만들 수 있다. 지난 3년의 방송정책 평가 무대가 열리는 것이다.

사후 책임을 물을 근거를 확보한다. 여권 일각이 유임 명분으로 내세우는 ‘정책의 일관성’이 실현되면 ‘추궁의 일관성’ 또한 덩달아 실현된다.

판만 벌여놓고 발 뺀 다음에 ‘찌질한’ 변신남처럼 ‘그 땐 진실이었다’고 강변할 여지를 없애버림으로써 책임 행정을 구현할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약체 야당의 한계를 국민 여론으로 메워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책임 추궁은 통상 정치영역에서 발화되기에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방송계의 여전한 핫이슈인 종편문제로 한정해 봐도 이 길이 오히려 더 빠르고 효율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 청문회’를 통해 종편 선정과정의 문제를 조목조목 짚어 문제점을 드러내야 국민 여론이 조성될 수 있다. 종편이 ‘미운 오리새끼’였음이 최종 확인될 때까지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자리에 남아있어야 정치적이든 행정적이든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최 위원장이 스스로 말하지 않았는가. “금년은 미디어 빅뱅이 시작되는 해이며 방송의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해 자칫하면 대열에서 이탈할 수도 있고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머지않은 미래다. 연말연초가 되면 종편이 문을 열고, 그로부터 서너달이 지나면 총선을 매개로 국민 여론이 정치적 힘으로 전화할 테니까 길어봤자 앞으로 1년 걸릴 문제다.

물론 그때까지 젖 먹던 힘까지 다 내서 특혜성 종편 채널 배정에 맞서 싸우고, 두 눈을 부릅뜨고 압박성 광고 쥐어짜기를 감시해야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