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중|성공회대교수·신문방송학
대통령이 취임 3주년을 맞이해 진지한 기자회견 대신 등반 기자간담회에 나섰다고 한다.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정이 들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정이 필요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참으로 생뚱맞다.
각종 현안이 쌓여 있고, 취임 3주년 동안 사회 각계각층을 대립과 혼란에 몰아넣은 굵직굵직한 사안이 하나 둘이 아니라서 몇 시간 동안 기자회견을 해도 모자랄 판인데 등반 기자간담회라니 참으로 한가롭다. 갑자기 내가 시공을 이탈하여 대한민국이 아닌 이상한 나라에 불시착해 와 있는 느낌이다.
이런 기자간담회에서 무엇을 얻겠는가? 질문을 '달랑' 3개 받았다는 기사 제목이 가슴에 와 닿는다.
질문도 달랑 3개, 대답도 회피. 그러니 3주년 등반 기자간담회 관련해 중앙 일간지들이 '대통령 해먹기 힘들다 생각 안 해', '3년 지났으니 내리막길? 난 평지 뛰는 사람' 이라는 말장난 수준의 정치적 표현을 제목으로 뽑을 수밖에 없다.
이번 기자간담회 건은 단순 해프닝이 아니라고 본다. 이명박 정부 들어 와서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한 것이 손으로 꼽을 지경이라고 하니 국민들이 대통령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요순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기를 바라는 모양인가?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라디오 '담화'는 꼬박꼬박 진행하시니. 라디오를 통한 일방적인 담화는 즐기면서 국민을 대신해 알 권리를 행사하는 기자들과 만남은 자제하겠다는 것은 무슨 생각일까. 기자회견 한 번이면 국민과 대화 열 번의 정보 전달 효과가 있을텐데 전파는 낭비하면서 기자회견을 꺼린다.
결국 대통령은 소통을 강조했지만, 국민과 소통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국민을 '계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가부장적, 권위주의적 사고를 보여주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표현으로 이 정부는 '소통'이라 쓰고 '홍보'라 읽는 모양이다.
잘못된 선택이지만 청와대는 기자회견을 통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고 생각해서 그리 할 수도 있다. 그보다는 소위 국민의 알 권리를 대변한다는 기자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이 더 문제다. 이번 정권의 청와대는 소위 '엠바고' 청와대라 부를 만하다. 엠바고 남발에, 엠바고 제재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엠바고는 자칫하면 취재원의 의도에 따라 취재가 제한되거나 적절한 시점의 국민 알권리를 침해할 수도 있다. 취재원과 관계 유지를 통해 취재 잘하자는 의도로 취재기자들이 동의하는 약속이 엠바고다.
그런데 오히려 이로 인해 추가 취재가 어렵거나, 그 사안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청취하여 기자는 기사의 질을 높이고 사회는 시행착오를 막을 수 있는 가능성도 줄어든다면 문제가 아니겠는가.
물론 엠바고는 개별 출입 기자들에게 일일이 물어보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기자단 운영위원회가 대표해서 약속한다.
그러니 엠바고의 필요성에 동의할 수 없는 기자들은 엠바고를 어겼다는 이유로 제재를 당하기도 한다. 기자단이 사실 상 청와대를 대변하고 있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10년 전시작전권과 관련한 엠바고를 수용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힌 언론사에 징계를 가하는 경우가 그러하다. 밀실 논의를 감추기 위한 정부의 의도에 기자단이 놀아나고 있음을 스스로 몰랐을까? 아덴만 작전 같이 그것이 엠바고를 필요로 하는 사안이었을까? 기자단 스스로 자문해볼 일이다.
그러고 보니 참여 정부 말기 '취재지원선진화시스템 방안' 논란이 떠오른다. 지금 시점에서 '참여정부가 잘못했다', '성숙한 대응을 통해 기자들의 취재 편의를 확대할 수 있었는데 아쉽다' 등의 시시비비를 가리고자 함이 아니다.
단지 청와대의 조치에 대해 기자의 취재 권리를 보호하고자 단결했던 기자들의 기개가 그리울 뿐이다. 지금의 취재 환경이 참여정부 시절보다 좋지 않음은 공지의 사실이다.
기자들 특히 청와대 기자들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을까? 산행을 같이 가주면 정보가 더 나오나! 요즘 각종 소통방식이 늘어나면서 뉴스 접촉이 줄고 있다. 뉴스의 위기다. 극복은 오직 진정한 저널리즘의 회복으로만 가능하다. 기자들의 역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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