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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옴부즈만

광화문 물바다의 진상

경향신문 옴부즈만
박주현 시민경제연구소 소장, 변호사

입력 : 2010-09-26 21:30:29수정 : 2010-09-27 11:49:17

경향신문은 추석연휴 직전에 추석 차례상 이슈로 4대강 사업과 공정한 사회, 북한 쌀지원과 보편적 복지 등 네 가지를 꼽았다. 그런데 막상 추석연휴 직후의 톱뉴스는 광화문 물바다였다. 추석 전날의 집중호우로 광화문에 승용차가 떠다닐 정도였다. 경향신문 924일자는 1면 헤드라인에서 광화문 물난리가 광화문 광장조성 때문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실었고, 김용민의 그림마당에서는 내년 추석에는 아예 한강이 아닌 광화문에 유람선을 띄우라는 풍자를 하기도 했다.

 추석 연휴 첫날인 21일 오후 서울 지역에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최고 100에 달하는 기습폭우가 쏟아지면서 일부 도로가 통제되고 주택이 침수되는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물에 잠긴 광화문 사거리에서 얕은 도로로 피해 운행하는 차량들. /연합뉴스

 서울시는 이 물난리에 대해서 ‘10년 기준으로 배수시설이 설치되었는데 102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와서 별 방법이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날의 비는 102년 만이 아닌 9년 만의 폭우에 불과했고, 광화문의 물이 흘러들어가는 청계천은 200년 기준으로 배수시설이 설치되었다고 서울시가 장담한 바 있다. 따라서 서울시는 물난리에 대해서 어떤 설명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언론은 102년 만의 폭우를 전제로 수도 한복판이자 상징인 광화문이 물바다가 되도록 배수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는다고 나무랐을 뿐이다. 경향신문은 광화문광장이 물난리의 원인이 되었다는 점을 예리하게 지적하면서도 102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이고 배수시설의 한계라는 서울시의 주장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파고들지 않았다.

 추석 연휴 동안 신문이 쉬는 사이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네티즌들에게서 나왔고, 결국 102년 만이라는 주장은 서울시의 얄팍한 변명에 지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921일의 2599월 하순의 강우량으로서 102년 만일 뿐, 198491일에 그보다 많은 268가 온 적이 있었고, 2001715일에는 그보다 더 많은 273가 내렸기 때문이다.

추석 연휴 첫날인 21일 오후 서울 지역에 천둥ㆍ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최고 100㎜에 달하는 기습폭우가 쏟아지면서 일부 도로가 통제되고 주택이 침수되는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물에 잠긴 광화문 사거리에서 얕은 도로로 피해 운행하는 차량들. /연합뉴스

 
또한 서울시는 청계천공사시 방수대비를 철저하게 했기 때문에 200년 만에 한 번 오는 시간당(하루 강우량이 아니다!) 118폭우가 내리지 않는 이상 아무리 비가 많이 와도 물이 넘칠 가능성은 없다고 수차례 공언한 바 있다. 9년 전의 집중호우시에 광화문은 어땠을까. 20017월 광화문에 승용차가 둥둥 떠다녔다는 기사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고, 광화문 인근의 상인들과 광화문을 오가는 버스기사들은 20~30년 동안 광화문이 이 정도로 물에 잠긴 적이 없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2001년 이후 9년 동안에 생긴 어떤 변화, 즉 광화문의 물이 빠져나가는 청계천의 복원공사, 혹은 가로수를 모두 옮기고 석재로 덮은 광화문광장 조성에서 물난리의 원인을 찾는 것이 자연스럽다.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 하수관이 10년 기준이니 어쩌니 하는 말로 서울시민을 더 이상 우롱하지 말아야 한다. 만약 광화문 물난리가 광화문광장 조성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하려면 청계천의 홍수 대비시설을 200년 기준으로 만들었다는 이명박 전 시장의 말이 거짓이며 청계천공사로 인해 오히려 광화문의 배수가 어려워졌다고 말해야 이치에 맞는다.

서울시는 매년 수방사업에 쓰고 있다는 수천억원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밝히고 전문가들로부터 문제가 제기된 광화문광장의 배수문제를 당장 해결하여야 한다. 혹시라도 광화문 물난리의 원인을 수방시설 부족으로 돌리고 토목예산도 늘릴 겸 복지와 교육에 가야할 예산을 수방시설 예산 확대로 돌리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평년기록을 근거로 한 수방대책은 안된다라고 한 자락 깔고 있는 것이 토목예산을 늘릴 구실을 찾는 것 같아 불안해서 하는 말이다.

청계천은 조성비가 4000억원이었고 유지비만도 해마다 100억원이 들어간다. 광화문광장도 500억원이나 들였다. 그런데 청계천은 세계에서 가장 큰 어항이고 광화문광장은 세계에서 가장 큰 중앙분리대라는 반갑지 않은 별명을 갖고 있다. 겉만 번지르르한 치적홍보성 전시행정은 이제 그만 보았으면 하는 것이 서울시민들의 바람인 것이다. 경향신문이 차제에 한강 르네상스와 디자인 서울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되고 있는 여러가지 사업들이 ‘function’이 아닌 ‘form’에 치우친 건 아닌지 확실하게 짚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