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정사실이다. 종합편성채널 사업자가 선정되는 건 시간문제다. 논란은 여전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현재 기세로 봐선 12월 사업자 선정 일정이 그대로 추진될 공산이 크다.
이 또한 기정사실이다. 종편 사업자가 두 곳으로 결정되든 세 곳으로 결정되든 결국은 보수신문 일색이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 덕에 보수의 목소리가 여론시장에서 더 활개치고 세를 넓힐 것 또한 자명하다.
그래서 묻는다. 진보신문은 뭐하고 있는가?
열심히 대응하고 있기는 하다. 보수신문에 종편을 내주면 여론독과점 현상이 심화되고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는다고 목소리 높이고 있다. 하지만 무력하다. 초재기에 들어간 일에 ‘안된다’고 외치는 것이기에 무력하다. 맞을지는 몰라도 효과적이지는 않은 대응이다.
그래서 거듭 묻는다. 진보신문은 뭐하고 있는가? 아니, 뭘 할 것인가?
먼저 지워야 한다. 진보신문 내에 드리워진 패배주의와 고루함부터 깨끗이 지워야 한다. 방송은 거대자본이 들어가는 사업이니까 진보신문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라는 패배주의를 지워야 하고, 방송을 하려면 채널을 가져야 한다는 고루한 사고 또한 지워야 한다. 세상이 바뀌고 방송이 바뀌고 있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8월 17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선정기준에 대한
기본계획안을 보고받기에 앞서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진보신문 스스로 보도하고 있다. 차세대 TV는 스마트 TV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펼쳐 말하자면 TV수상기가 스마트폰 구실을 하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채널의 통 콘텐츠 외에 개별 프로그램이 하나의 ‘앱’으로 TV수상기에 펼쳐져 시청자의 선택을 기다리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인터넷 전송망이나 OS주체, 그리고 수상기 가격과 같은 세세한 문제가 여러 개 놓여 있기에 확산 속도를 쉬 전망할 순 없지만 그래도 스마트 TV가 방송의 대세가 될 것이 확실하다면 바뀐다. 채널을 보유한 사업자만이 방송 콘텐츠를 공급하던 ‘올드’한 시대는 ‘거’하고 프로덕션 단위의 방송 제작자도 얼마든지 콘텐츠 공급자로 설 수 있는 시대가 ‘래’한다.
더불어 전환된다. 방송광고도 채널에 따라 집행되던 것에서 프로그램에 따라 집행되는 것으로 바뀔 것이다. 시청연령층이 뚜렷한 프로그램일수록 소구점도 뚜렷하기에 채널에 울며겨자먹기로 광고를 끼워팔던 관행에서 벗어나 선별 집행하는 방식으로 전환될 것이다. 최소한 이론상으로는 그렇다.
이런 전망이 유효하다면 진보신문이 밟을 길은 많다. 종편에 목매달지 않아도, 채널에 집착하지 않아도 매체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있다.
진보의 실험정신과 진보신문의 취재 인프라를 바탕으로 진보의 가치를 구현하는 방송 콘텐츠를 만들어 전파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보수신문이 24시간 분량의 채널 콘텐츠를 수급하기 위해 허덕이고 있을 때 진보신문이 일당백의 킬러 콘텐츠로 맞대응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한 신문사가 각개약진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다.
킬러 콘텐츠 하나 만드는 데에도 적잖은 돈은 들어가니까, 직원 월급 주기도 빠듯한 판에 그런 돈 지출할 여력이 없으니까 쉽지 않을 것이다. 장담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정치환경이 바뀌지 않는 한 킬러 콘텐츠가 아무리 성공해도 광고가 시장원리에 따라 따라붙을 것이라고 호언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진보신문의 길은 연대다. 조선·중앙·동아일보가 종편을 놓고 멱살잡이하는 것과는 달리 진보신문은 어깨동무해야 한다. 동종의 주력 콘텐츠인 신문은 각개약진 하되 이종 콘텐츠인 방송에서는 연대를 모색해야 한다.
이를 통해 개별 진보신문의 열악한 자본력을 극복하고, 부실한 제작역량을 보충해야 한다.
때를 기다릴 필요는 없다. 스마트 TV가 상용화되고 보편화될 때까지 기다리며 손 놓고 있을 필요는 없다. 지금부터라도 시작할 수 있다. 스마트 TV에 앞서 스마트폰 시대가 열렸으니까, 스마트폰에서 콘텐츠 경쟁이 펼쳐지고 있으니까 얼마든지 시도할 수 있다. 실험 삼아, 역량 축적 차원에서 얼마든지 연대를 모색할 수 있다. TV가 어렵다면 라디오부터라도 시작할 수 있다.
문제는 상황이 아니라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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