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크게 뒤흔들었던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의 원인이 ‘배터리 제조 결함’으로 규명됐다. 이번 사건은 편리한 스마트폰이 때로는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큰 충격과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앞으로 제조사들은 기기의 안전에 더욱 만전을 기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공학 연구자의 관점으로 보면 ‘스마트 기기와 사용자 안전’ 측면에서 여전히 간과되는 지점이 있다.
에릭슨 소비자연구소는 지난 1월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 ‘CES 2017’에서 소비자에게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되는 ‘2017 핫 소비자 트렌드 10’을 발표했다. 그 중 인상 깊었던 것은 ‘스마트 기기와 사용자 안전 간의 역설’에 관한 것이다. 요컨대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스마트 기술이 널리 보급되면서 소비자들이 많은 편의를 누리게 됐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해당 기술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됨으로써 안전에 오히려 더 큰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특히 오늘날 사용자들은 지도, 연락처, 중요 정보 기억 등 많은 부분을 스마트 기기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갑자기 기기의 분실, 고장, 불안정한 통신망 혹은 오작동과 같은 돌발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기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사용자일수록 더 큰 불편을 겪게 되고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스마트 기기와 사용자 안전의 역설적 관계에, 기기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기 위한 디자인 또한 사용자 안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스마트 기기의 디자인과 사용자 안전 간의 역설’을 덧붙이고 싶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이 23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갤럭시노트7 결함 원인과 향후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스마트 기기의 디자인과 사용자 안전 간의 역설은 새로운 디자인 또는 기능들로 인한 복잡성 때문에 발생할 수 있다. 기기의 복잡성은 제조사들이 과도한 수준으로 기술과 기능, 새로운 디자인을 도입하여 기존의 사용 행태와 다른 사용 방법을 요구할 때 발생한다. 사용자들은 이러한 변화와 복잡성에 대처하기 위해 많은 양의 학습을 거쳐야 할 뿐 아니라 생각지 못한 실수와 피로감을 겪기도 한다. 특히 터치 기술에 기반한 현재의 스마트폰은 새롭고 다양한 디자인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손가락과 손목의 피로감, 터치 오류 등 다양한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고, 사용 시 이용자의 주의를 분산시키는 등 위험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모바일 기기의 사용 행태는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이동 중 기기 사용 비율이 증가하고 있으며, 운전 중 사용자도 여전히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용자들의 스마트 기기 사용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복잡한 기능과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하게 될 경우, 의외의 위험과 사고를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예방하기 위해 스마트 기기의 사용자 안전과 편의에 관한 산업계의 끊임없는 연구와 개선, 그리고 언론 및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지속적 관심과 객관적 검증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올해도 새로 출시될 스마트폰의 기능과 스펙에 관한 언론 기사들이 경쟁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그 많은 기사들을 읽어보면 늘 새로운 기능, 기술에 대한 기대와 화려함에만 집중할 뿐, 실제로 기기를 사용할 사용자들의 편의와 안전에 대한 고민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미디어들은 단순히 새로운 기술과 정보의 전달자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그러한 기술이 사용자의 안전과 편의를 진정으로 고려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지용구 | 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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