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디어 뉴스

[기자칼럼]미디어 구하기

‘1%.’ ‘한 달간 뉴스를 볼 때 이용한 매체’를 묻는 질문에 종이신문만 본다고 답한 비율이다. 닐슨코리아가 최근 내놓은 ‘2017 뉴스미디어 리포트’ 결과를 보며 놀랐다. ‘페이퍼 온리’가 4~5%는 되겠지 하는 생각이 무너졌다. 디지털과 종이신문 결합 이용자는 2%, TV와 종이신문 결합 이용자는 8%다.

 

신문 노동자가 보기엔 암울한 수치다. 뉴스 이용 매체 변화에서 종이신문은 2011년 45%에서 2016년 21%로 떨어졌다. PC로 뉴스를 보는 비율도 17% 줄었다. 모바일 뉴스 이용은 3% 늘었을 뿐이다. 나머지는 어디로 갔을까? 닐슨코리아는 SNS나 유튜브 같은 ‘비측정 경로로 뉴스 이용이 늘었다’고 추정한다. 신문사가 설 자리는 없어 보인다.

 

이런 통계를 예측하지 못한 건 아니다. 종이 쇠퇴는 어렴풋한 징후가 아니라 뚜렷한 추세다. 여러 신문사들이 스마트폰 등장 이후 생존과 혁신을 모토로 살아왔다. 어떤 데는 돈과 인력을 넣고, 어떤 데는 조직을 짜내며 버텼다. 콘텐츠 실험도 이어갔다.

 

“위기다, 살아남아야 한다” 떠들썩했지만 성공 사례라고 할 만한 게 없다. 중앙일보는 2년 전 ‘디지털 퍼스트’를 대대적으로 시행하다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컨설팅을 받은 조선일보는 온·오프 투트랙 전략 실행에 들어갔다. 경쟁우위의 종이를 접을 수 없어서라고 한다. 한겨레가 독자와의 소통을 위해 개장한 미디어카페 ‘후’는 최근 ‘경영상 이유’로 문을 닫았다. 어느 신문사건 내부 구성원의 디지털 피로도는 높아간다.

 

 

새로운 플랫폼과 기기를 좇아가기는 버겁다. 인공지능(AI) 스피커 음성뉴스 서비스까지 감당해야 한다. 아마존 에코가 인기를 끌자 SK텔레콤과 KT가 AI 스피커를 내놓았다. 카카오톡과 네이버도 준비 중이다. 자본을 갖춘 몇몇 언론사는 ‘읽어주는 뉴스’에 이미 뛰어들었다.

 

무한의 악순환은 다음처럼 되풀이한다. 컨설팅 받고, 태스크포스 구성하고, 혁신안을 발표한다. 성과가 나지 않아 주춤하던 와중 새 플랫폼이 등장한다. 다시 그 플랫폼에 적응하려 애쓴다.

 

열심히 취재·보도하면 독자도 늘고 수익이 오르며 경영도 보상받는 시대는 지나갔다. 플랫폼이 수익 대부분을 가져간다. 생존하는 건지, 망하는 건지 모른 채 이것저것 해가며 근근이 버틴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망한 언론사가 안 나온 게 다행이다.

 

종이의 죽음은 거스를 수 없어 보인다. 뉴스의 죽음, 미디어의 죽음이 임박한 건 아니다. 닐슨코리아 리포트를 보면, 박근혜 정권 국정농단 전후 시기부터 대선까지 뉴스 관심도가 올랐다. 2016년에 비해 2017년에 ‘증가했다’고 한 응답자가 44%, ‘매우 증가했다’가 10%다. 정치·사회 등 경성 뉴스 이용 시간은 지난해 9월 미르재단 비리를 분기로 연성 뉴스를 역전했다. 경성 뉴스 보도를 주력으로 하는 신문사에는 희소식인 셈이다. 매체 신뢰도도 증가했다. 모바일 뉴스 이용 경로별 신뢰도에선 종합일간지·경제지가 49.8로 인터넷신문(46.2), 포털(32.0), SNS(26.7)보다 높다.

 

프랑스 학자 줄리아 카제가 <미디어 구하기>(글항아리)에서 대안으로 제시한 ‘비영리 미디어 주식회사’ 모델은 당장 한국에 적용하기 힘들어 보인다. 귀담아들을 건 ‘저널리즘’이다. 카제는 미디어가 공공재이자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이기 때문에 종이건 온라인이건 살려야 한다고 본다.

 

한국 언론은 공공재 자격이 있는가? 양질의 민주적 토론을 제공하는가? 언론 전반을 보면 ‘그렇다’고 답하기 힘들다. ‘신뢰도’ 수치를 생존 근거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자유롭고 독자적인 양질의 뉴스를 모든 형식을 동원해 계속 생산하는 것”이라는 카제의 말은 미디어의 미래가 신뢰에 달려 있음을 확인해준다.

 

<김종목 모바일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