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중에 급하게 섭외한 두 분의 축하 인사로
경향신문에 드리는 인사를 갈음하고자 합니다.
평소에는 일면식도 없이 자료방에 모셔두었는데,
필요할 때만 부탁을 드리는 분들인데도
고맙게도 편한 자세로 앉아서 자세를 취해 주셨군요.
아마, 조금 있으면 팔이 아프다고 투덜거릴 거예요. ^^
저 저울을 고르면서 생각을 했습니다.
과연 저 두 분이 현실에서 비슷한 무게를 갖고 있을까...
지금은 김진보 씨가 갑갑하고 문제 많은 사회에서, 무게감이 좀 더 부각되어야 하지 않나 하지만,
철저히 원칙과 윤리를 지키려 하고, 저와 좀 더 친하다는 이점을 가는 박보수 씨의 존재도 생각합니다.
결국에는 만만하게 저울의 균형을 이루는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괜찮은가요?
사진의 배경은 몇 년 전의 가을날에 촬영한,
병산서원 앞에 낙동강을 끼고 발달한 습지입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옛날에는 더욱 조용한 곳이었을 강변...
사회와 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본적 조건으로 배경을 까는데
두 분 동의를 받았다고 판단했음을 밝힙니다.
아, 두 분은 이제 들어가 보셔도 좋습니다.
팔 내리고요~ 마우스 올리지 마세요~
그러면 다시 팔 드는 거 반복입니다. ^-^
그나마 잘 나왔다고 생각되는
오래된 사진 한 장을 꺼내 올립니다.
누군지 참 재미있게 생겼습니다.
하지만, 촬영하는 이를 보면 굳어버리는
저 실감나는(?!) 표정과 자세를 보니,
아무래도 고려시대 사람에게
양복을 걸쳐놓은 것 같다는 인상도 주네요.
그렇다고 과거로 돌아가지는 않겠지요?
경향신문을 읽은지 만으로 1년 반이 되어갑니다만,
버스정류소에서 신문을 처음 사서 펼쳤을 때,
제 마음은 대강 저런 자세로 서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이전에는 접하지 않았던 새로운 세상이었거든요.
이제는 긴장하는 자세를 풀어도 될 것 같다는 마음이지만,
평생지기 독자분들과 경향을 사랑하고 비판하시는 많은 분들,
그리고 좋은 신문 만들어 보겠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일하는 수백 명의 직원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여유있게 자세를 잡기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까 저울에 올라간 분들처럼 (이제 팔 내렸겠지요? ^^)
웃고, 긴장 풀고 살아야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제 추운 겨울이 다가오니, 주머니에 손이라도 넣어야겠어요.
도와 주시는 분들이 많았으면 합니다.
서울법대 조국 교수님이 몇 시간 전, Facebook에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오전 연구실에 들어오니 받지 못한 전화가 여러 통 와 있고, 조교로부터 휴대전화 문자가 여러개 들어와 있다.
요컨대, 이재오 특임장관이 통화를 원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 장관이 내 휴대전화로 전화를 했다.
"지난 10월 1일 경향 시론을 잘 읽었다, 감사하다"고 한다.
거칠고 투박해보이나 '정치7단'---'9단'은 3김 외에
없으므로.^^---인 이 장관의 노련/노회함이 엿보이는 에피소드이다.>
적어도, 특임 판서가 경향 시론을 읽었을 것이라는 암시를 주는 내용이네요.
그렇다면 10월 1일에 나왔다는 그 시론의 내용은 무엇이었을까요?
기억을 더듬어 다시 찾아 보았습니다.
조국 |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재오 특임장관 귀하.
이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의 ‘분신’, 이명박 정권의 ‘산파’, 여권 ‘대권 4룡’ 중의 일인 등으로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이 장관은 정권 초기 ‘대운하 전도사’를 자처하며 전국을 자전거로 돌았고, 지금은 ‘개헌 전도사’를 자임하며 여야 모두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렇지만 저는 정권 후반기 이 장관이 감당해야 할 제일의 ‘특임’은 4대강 사업도 개헌도 아닌 북한 문제라고 말하고자 합니다. 왜 이 장관께 북한 이야기냐고요?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있지만, 도무지 그에게서는 ‘천안함 사태’ 이후 남북문제를 풀 비전, 계획, 능력을 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청와대와 정부는 대북지원 쌀의 군용미로의 전용을 막기 위해 ‘햇반’을 보내자는 졸렬한 발상이나 내놓고 있지요. 그리고 잊고 싶은 과거일지 모르지만, 이 장관은 1989년 4월 전민련(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조국통일위원장으로서 범민족대회를 추진하다가, 문익환 목사 전격 방북의 ‘배후’ 혐의로 구속될 정도로 열렬한 재야 통일운동가가 아니었습니까.
아시다시피 ‘천안함 사태’ 이후 집권세력 내에는 대북강경파가 득세하고 있습니다. 북한을 계속 봉쇄하고 압박하면 북한은 곧 붕괴한다고 믿고 있는 이들에게 ‘천안함 사태’는 ‘물실호기’였지요. 그러나 연개소문의 대당 결사항쟁을 숭앙하며 ‘반제투쟁’을 전개하는 ‘병영국가’ 북한이 간단히 붕괴한다는 것은 주관적 희망과 객관적 정세를 혼동하는 오류 그 자체이지요.
수행할 제일의 ‘특임’은 북한문제
더욱이 한국전쟁 당시 수많은 자국 병사의 피를 흘린 중국이 북한 붕괴를 방관할 리 없지 않습니까. 북한 붕괴는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이 바로 두만강과 압록강까지 미치는 것인데,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결과를 아는 중국이 이를 용납할 리가 없지요.
지금 북한은 급속히 중국 품 안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사실 ‘천안함 사태’ 이전부터 북한 경제의 대중국의존도는 심각합니다. ‘강성대국’ ‘위력한 자립경제’ ‘주체사상화된 경제’를 호언하는 북한이지만 경제체제의 비생산성과 비효율성은 심각한 바, 중국의 원유, 식량, 소비재 지원 없이 북한 경제가 굴러갈 수 없습니다. 이 와중에 중국은 무산철광 50년 채굴권 등 북한의 광물자원 개발권을 쓸어 담고 있고, 최근에는 라진항 1호 부두의 10년 사용권을 확보하여 동해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는 출범 후 줄곧 북한을 중국 쪽으로 밀어내는 정책만을 펴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친미파’인 줄 알았는데, ‘북한의 중국화’를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을 보니 위장된 ‘친중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 장관님은 어떡하실 건지요. ‘천안함 사태’에 대한 북한의 백배사죄 없이는 어떠한 변화도 없다는 앵무새식 답변으로 대응할 것인지요. 북한 체제의 특수성을 잘 아는 이 장관이 대북압박을 강화하면 북한이 무릎 꿇고 사죄할 것이라고 믿고 있지는 않겠지요. 북한이 사죄하면 용서하고 지원한다는 정책은 마치 코끼리를 어떻게 냉장고에 넣느냐는 질문에 “냉장고 문을 연다. 코끼리를 넣는다. 문을 닫는다”라고 답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이런 상황을 전환시키자고 이 대통령에게 직언할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대통령을 ‘형님’으로 호칭할 수 있는 이 장관이 나설 때입니다. ‘천안함 사태’의 출구전략을 세우십시오. 북한과 적정선에서 ‘타협’하십시오. 대북특사를 자처하십시오. 그리하여 북한을 6자회담으로 복귀시키고,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북한을 남한 쪽으로 끌어당기십시오.
‘북한의 중국화’ 수수방관 안돼
북한이 중국의 ‘경제적 신식민지’가 되는 것은 좌와 우,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난 정권 것이라고 외면하지 말고 노무현-김정일 두 정상 간에 이루어진 ‘10·4 남북정상선언’ 제5항을 읽어보십시오. 그 속에 중국의 대북투자 수준을 뛰어넘는 남북경제의 공생공영을 위한 ‘그랜드 플랜’이 들어있습니다. 현재의 경색된 남북관계를 푸는 것은 남북 모두를 위해 좋은 일일 뿐만 아니라 이 장관 개인의 정치적 진로에도 유익할 것입니다.
상기한 시론을 읽고, 경향닷컴에 올라왔던 다른 분의 댓글로 감상을 대신합니다.
저도 그렇지만, 조 교수님의 마음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감히 짐작합니다.
정우진 (칼있으마21) 님 :
조국 교수님의 FB에서 이 글을 읽고나서 이재오 장관이 글 잘 보았다는 전화를 직접 걸어왔다고 하니 잘 보기만 할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추가 액션이 반드시 따라주기를 희망합니다.
경향닷컴이 대폭 개편되었다는 소식이 속속들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거기에 대해서 이야기할 기회도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잘 되기를 바란다는 말이 우선이겠지요?
지금으로서는, 많은 분들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관심있는 주제를 타인과 공유하기 쉬워진 것 같습니다.
이는 인터넷과 SNS 등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한결 더 쉬워졌지만,
자연스럽게 정보 격차나, 공신력의 문제도 대두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동안 경향닷컴에
끊임없이, 귀찮을 정도로
'개편해 달라'는 이야기를 했었지만,
막상 개편해 놓고 나니 '오프라인 여론도 온라인과 조화를 이루어 달라'는
상투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어지는군요. ^^
그렇다면 1면에서 해설하였듯,
시민 권력이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경향신문이라는 매체를 바탕으로
점차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진정으로 '대한민국 희망언론'이라는 말을 듣는데
조금씩 더 나갈 수 있는 길을 닦아나가리라 기대합니다.
-> '칼럼'을 제외하고, 김민아 사회부장님이 기사를 쓴 것은 구독 이후 처음 목격했습니다.
그만큼 중요하고 가치가 있는 내용이었기에 직접 나섰을 것이라고, 멋대로 해석해 봅니다. ^^
여기서 그만 인사드립니다. 즐거운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경향신문, 스포츠칸, 위클리경향, 레이디경향, 경향게임스,
경향닷컴, 스마일경향, Khross_Khan, Khross_Borders, 오피니언X, 매거진X 등등
모두모두 생일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
경향이라는 지붕 아래에서,
매일은 아니라도 저렇게 희망을 보는 이들이 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Noribang. 2010.10.6. 관악산에서.
'=====지난 시리즈===== > Noribang의 석간 경향' 카테고리의 다른 글
13. 창간특집면 => 그 분들은 과연?! (0) | 2010.10.07 |
---|---|
12. 바깥의 시선에서 - [한겨레] 미디어전망대 (0) | 2010.10.07 |
[號外] 보도 분석 2010.10.5 (화) (0) | 2010.10.05 |
[號外] 2010.10.04(월) 보도 분석 (0) | 2010.10.05 |
기획 1-(2). 정동에서 [삼성]을 생각한다 => 어두운 강변에서 작은 불꽃을 밝히듯... (0) | 2010.10.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