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는 지난 22일 이라크전 관련 비밀문건 39만여건을 공개해 미군이 저지른 불법과 만행을 폭로했습니다. 위키리크스는 앞서 아프간전에 대한 문건을 공개했고, 추가로 아프간전에 대한 문건을 공개할 예정입니다. 위키리크스의 폭로 내용은 미국 정계와 국제사회의 정세에도 큰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고, 각국 언론도 위키리크스의 활동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부정의와 불법, 권력의 만행을 폭로하는 것이 '언론'의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는 위키리크스의 폭로가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데는 기성언론이 위키리크스의 문건을 입수, 재보도함에 따라서 얻은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중국 관영 영자인 차이나데일리는 25일자 사설에서 위키리크스의 폭로를 가지고 미국을 압박했습니다.
이날 사설에서는 이번에 폭로된 미군의 이라크전에 관한 실상은 자칭 세계 인권의 챔피언이라는 미국의 이미지에 큰 의문을 갖게 만드는 한편 미군이 자행한 전쟁범죄의 규모는 모든 상식적인 사람들을 분노하게 만든다고 비판했습니다. 차이나데일리는 "수년간 미국은 다른 나라를 비판하기 위해 인권이란 기치를 휘둘러 왔다"면서 "그 대상은 특히 (중국을 포함한) 개발도상국에 집중돼 왔다"고 꼬집었습니다.
또한 "미국은 이번 위키리크스의 미군의 인권 실상 폭로에 대해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은 미국의 일방적 핵폐기주의와 인권에 대한 이중잣대를 온 세계에 확인시켜줬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에 대한 비판은 신랄하지만 사실 중국 언론들이 반체제 인사인 류사오보의 노벨 평화상 수상을 보도하지 않았던 것을 떠올리면, 사실 이같은 비판이 미국이 중국의 인권에 대해 압박하는 것에 대해 대응하기 위함이라는 것이 보입니다.
전 세계를 이끌어가는 주요 2개국(G2)으로 분류되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인권 문제는 해묵은 것이지만 내년 1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 기간 중에도 부각될 문제로 꼽힙니다.
한편 위키리크스는 러시아를 고발할 자료도 확보했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25일 1면 머리기사로 위키리크스가 22일 추가로 폭로한 이라크전 관련 기밀문서 내용을 상세히 소개하면서 앞서 7월 말 줄리안 어산지(39) 위키리크스 편집장과 한 단독 인터뷰 기사를 함께 실었습니다.
위키리크스 설립자이기도 한 어산지는 이즈베스티야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자료도 갖고 있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많지는 않지만 있다"고 답했습니다.
어산지는 "러시아 사이트는 대부분 현지어로 정보를 올리기 때문에 우리가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며 "그러나 미국인들이 러시아에 대한 자료를 많이 넘겨주면서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위키리크스는?
아프가니스탄 전쟁 기밀에 이어 이라크전 기밀문건을 대거 폭로한 ‘위키리크스(Wikileaks.org)’는 정부와 기업의 비윤리적 행위를 알리겠다는 목적으로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설립된 내부고발 전문 사이트입니다. 2007년 공식 출범한 위키리크스는 아프리카 연안에서 유독물질 투기 관련 메모, 영국 인종차별 정당의 당원 명부, 미군의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 운영세칙 등을 일반에 공개했구요. 케냐 경찰과 신흥종교 사이언톨로지의 비리, 아이슬란드 금융위기 등도 위키리크스가 폭로했죠.
주목을 끌기 시작한 것은 지난 4월 미군 아파치 헬기가 외국인 기자 등 민간인 12명을 사살하는 동영상을 공개해 국제사회에 충격을 줬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파장을 몰고 온 것은 지난 7월 미국의 아프간전과 관련한 기밀문서 7만7000건을 공개하면서 입니다.
해커 출신의 어산지가 만든 위키리크스는 12명의 전임 자원봉사자로 이뤄진 핵심 그룹에 의해 운영되며 암호화와 프로그래밍, 보도자료 작성 등에 대한 조언자가 전 세계에 걸쳐 800명~1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위키리크스는 특수 암호 프로그램을 이용해 정보 제공자의 신상을 익명으로 철저히 보호한다고 강조하면서 기밀정보를 모읍니다.
기밀 공개시 법적 보호를 받기 위해 스웨덴과 벨기에 서버를 두고있구요 정확한 운영 체계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위키리크스와 관련해 미국과 영국 정부 등은 군사 기밀 폭로가 동맹군 병사는 물론 민간인들의 목숨을 위태롭게 한다며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맹비난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무분별한 정보 공개에 따른 프라이버시 침해를 우려도 있습니다.
그러나 내부 정보 공개의 긍정적인 측면에 주목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아이슬란드의 한 언론 전문가는 AFP 통신과 인터뷰에서 "이같은 (기밀)문서 폭로는 전 세계 정부와 당국에 압력으로 작용하고, 많은 측면에서 투명성을 높인다"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기밀 정보를 얻는 기성 언론계에서는 위키리크스가 ‘폭로 제조기’로 환영받고 있습니다.
심지어 위키리크스가 내부고발자와 기존 매체를 전문적으로 연계시키면서 언론에 지각변동을 일으킨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 위키리크스 이라크전 비밀문건공개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10242147555&code=970201
국제부/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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