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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미디어 뉴스

러, 야당지 소유한 재벌 은행 압수수색


 러시아 사법당국이 야당지를 소유한 재벌 알렉산드르 레베데프(51)의 은행을 압수수색해 논란이 일고 있다.

  레베데프는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와 이브닝 스탠더드를 인수한 러시아 재벌로, 야당지인 노바야 가제타를 발행하고 있다.

 알렉산드르 레베데프
 
미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2일 복면을 한 경찰 특수부대원들이 레베데프 소유의 ’국가비축은행(NRB)‘ 모스크바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날 오전 자동 소총을 들고 복면을 한 경찰 특수부대원 20여 명이 모스크바 남서부 ‘10월 혁명 60주년 기념대로’에 위치한 NRB 은행 사무실에 들어와 압수수색을 벌였다. NRB 측은 이들이 압수수색 영장도 보여주지 않고 사법기관에서 나왔다고만 밝힌 채 사무실에 대한 수색을 펼쳤다고 주장했다.

모스크바 경찰청 대변인 빅토르 비류코프는 “이전에 제기된 형사사건과 관련해 NRB 은행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작업을 벌였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사건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압수수색 당시 은행 소유주인 레베데프도 사무실에 있었으나 연행되진 않았다.


레베데프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서 이번 압수수색과 관련해, "1990년대의 ‘마스크 쇼’가 재현됐다"고 주장했다. 90년대 러시아 당국은 재계를 압박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별안간 압수수색에 나섰으며, 이번 레베데프 은행에 대한 압수수색은 마스크 쇼로는 2001년 이후 처음이다. 


레베데프가 소유한 러 일간 노바야 가제타 편집장 드미트리 무라토프는 이날 “NRB 은행 수색은 레베데프에 대한 위협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수색을 벌인 사람들이 연방보안국(FSB) 소속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레베데프와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
 
레베데프는 옛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으로 은행과 항공산업 분야에서 부를 쌓았다. 러시아 내에서 반(反) 정부 성향의 신문 ’노바야 가제타‘를 옛 소련 초대 대통령 미하일 고르바초프와 공동 발행해 크렘린의 불만을 사온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 러시아판이 선정한 100대 러시아 갑부 순위에서 16억 달러의 재산으로 26위에 올랐던 레베데프는 같은 잡지의 올해 순위에서도 20억 달러로 34위를 차지한 재벌이다.  KGB 대령 출신인 그는 1980년대 런던 주재 러시아 대사관에서 KGB 요원으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베데프는 지난해 초 180년 역사의 영국 일간지 이브닝 스탠더드를 인수해 무가지로 전환한 데 이어 올 3월엔 경영난에 빠진 영국 신문 인디펜던트를 1파운드(약1천700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이번 달에는 영국에서 새로운 일간지 ’i(아이)‘를 창간하기도 했다.


국제부/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