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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리즈=====/들풀의 미디어 뒤집기

[미디어 뒤집기] 궁금하면 취재를 하십시오


와르르 무너진 '금요일 밤의 파티

피해자 규모로 보아 그다지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 현장에서 이모저모를 비교적 잘 짚어낸 기사다. 단순한 건물 붕괴 사고로 볼 수도 있으나 미국 대학가의 파티 문화와 연결하여 보면 일반 붕괴 사고와는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사고이며, 기사에도 이런 점이 언급되어 있다.

기사 중에 문답 형태로 포함시킨 관련자 인터뷰에서는 조금 부적절한 질문들이 나오기도 하고
, 마지막에 등장한 증언들은 따옴표를 쓴 직접 인용임에도 발언자를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는 점 등이 눈에 띄지만, 전체적으로 사고를 여러 측면에서 볼 수 있도록 잘 구성한 기사라고 본다.

그런데 나는 이 부분에서 확 깼다
.


"
안전 수칙을 무시한 안일함이 화를 자초한 셈이다. 현장에 참석한 학생들의 증언에 따르면 파티에 참석한 이들은 3층에서 춤을 추다 때맞춰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모두가 뛰었다고 한다.(도대체 무슨 음악이 흘러나왔을까.^^)"


이 기사를 쓴 필자는 기사에서 본인을
'기자'라고 지칭하고 있다. 기자가 쓰는 기사에서는 이런 표현이 나와서는 안 된다. 개인의 심정을 이야기했다거나 '^^'을 썼다거나 하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기자라면 취재를 하고 취재를 통해 확인한 것을 기사로 옮겨야 한다. 기자가 "도대체 무슨 음악이 흘러 나왔을까"를 궁금하게 여겼다면, 이런 궁금증을 기사에 쓸 게 아니라, 이에 대해 취재를 해야 한다. 취재가 되지 않았다면 쓰면 안 된다. 독자는 기자가 개인적으로 뭘 궁금하게 여기는지를 읽고 싶은 게 아니라, 그 궁금함에 대한 답을 읽고 싶은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 기사에 표현된 대로 파티에 모인 사람들이 마침 나오는 음악에 맞춰 모두 펄쩍펄쩍 뛰었고 이게 붕괴 사고의 계기가 되었다면, 이 음악은 매우 중요한 아이템이다.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와 모두 일심단결하여 펄쩍펄쩍 뛰다가 마루가 폭삭 꺼져 버렸다면, 피해자들은 술이 떡이 되었든 붕괴로 기절을 했든, 그 음악은 잊을 수 없게 된다. 아마 평생 잊을 수 없는 음악일 것이다. 이것은 취재를 통해 밝혀야 한다. 기자가 궁금한 것, 독자가 궁금해 할 것을 찾아내고 건져내는 게 취재다.

내용을 봤으니 이제 표현을 언급해 보자
. 기사라는 실용문에서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여 '뭐뭐했을까 ^^' 따위를 쓴다는 것도 용서되기 어렵다. 이것은 이력서에다 '제 어릴 때 생활이 어땠게요? ^^' 따위로 써서는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매체가 다양해지고 취재와 기사 작성의 주체와 방식이 변하고 있다고 해서, 명색 기사에서 이런 표현이 마구 용인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매체의 기사와 수필, 감상문, 일기의 구분이 무의미해지는 날이 올 때까지는 그렇다.

나는 위에서
"이 부분에서 확 깼다"라고 썼다. 내가 이런 표현을 통해 개인적 감정을 쓸 수 있는 것은,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게 기사가 아니라서 그렇다.

이런 점에서 보면
오마이뉴스는 기사의 중간 관리(데스킹)를 잘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시민 기자가 쓰는 기사가 그대로 최종 편집 화면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 적절히 다듬고 손을 보는 일이 필요할 텐데, 그런 과정을 거쳤으면서도 이런 표현이 나왔다면 이는 조금 심각한 문제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