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아우르는 글로벌 방송국”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CEO 리드 헤이스팅스의 이야기처럼 넷플릭스는 전 세계 190개 나라의 1억30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매달 시청료를 내는 전무후무한 방송국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벌써 120만명이 넘은 가입자는 관심 있는 콘텐츠 3개만 고르면 그다음부터는 내가 좋아할 것 같은 콘텐츠들을 알려주는 너무나 단순한 방식에 놀라곤 합니다. 로그인을 하면 작은 검색창 아래로 주르륵 뜨는 타일 모양의 포스터들을 보여주는 추천은 오로지 나만을 위해 치수와 색상, 소재 등이 선택되어진 유일무이한 맞춤복과 다르지 않습니다. 모두에게 동일한 유니버설한 랭킹이 아니라 나의 취향과 관심을 기반으로 한 나만의 유니버스를 만들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예전 케이블 TV에서 띄엄띄엄 보았던 1970년대 미국의 작은 도시를 배경으로 한 <70년대쇼(That 70s Show)>의 8시즌을 다 본 후 캐나다 한인 이민 2세대의 삶을 재치있게 그려낸 <김씨네편의점(Kim’s Convenience)>도 완주하였습니다.

 

그다음에 무엇을 볼까 하던 중 눈에 띈 것은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 이름 붙은 자체 제작 콘텐츠들이었습니다. 2018년에만 9조원 넘게 쏟아부어진 넷플릭스의 재원 덕에 창작자들은 상품협찬광고(PPL)나 심의 등에 창의력을 제한당하지 않고 작품 완성도를 한껏 높일 수 있습니다. 그중 하나인 편당 20억원이 넘는 제작비로 화제가 된 조선시대 배경의 좀비물인 <킹덤>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로 한국 콘텐츠를 발신하였습니다. 단순히 한국에서 만들어진 문화상품이 전 세계에 소개되어 창작자나 실연자들이 명성과 기회를 얻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국의 풍광과 전통복식에 대한 좋은 이미지까지도 전 세계에 전파되곤 합니다. 극 중의 등장인물들이 쓰던 전통모자인 갓은 그 이름마저도 신비로워 드라마에 <갓킹덤(God Kingdom)>이라는 별칭까지 선사해주었습니다. 이 갓이 미국 최대의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 매물로 올라왔습니다. 드라마 <킹덤>에서 나온 한국의 전통 모자로 핼러윈 코스튬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친절한 설명은 새로운 한국 문화의 전파에 넷플릭스가 일조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현상에 영향을 받아 최근 한국의 KFC는 이미 고인이 된 창립자 커넬 샌더스가 한복을 입고 갓을 쓰고 나와 “한국생활 35년, KFC 할아버지도 한국사람”이라며 신제품 ‘갓양념치킨’을 광고하는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1967년 미디어 이론가 마셜 맥루한이 이야기한 ‘지구촌’이 드디어 완성되어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감회가 듭니다.  

 

개별 콘텐츠를 오로지 수용자의 취향에 맞춤맞게 전송하며 문화의 다양성을 실현하는 넷플릭스는 그러나 월 결제 비용 못잖은 만만찮은 대가를 요구합니다. <심야식당>을 거쳐 <방랑의 미식가>와 <세일즈맨 칸타로의 달콤한 비밀>을 정주행한 것은 최근 6개월 사이 4㎏이 늘어버린 저의 몸무게와 관련이 있을 것입니다. 넷플릭스는 나도 모르는 나에 대해서도 어느덧 속속들이 알게 마련입니다. 지금은 광고를 팔지 않는 넷플릭스가 만약 훗날 상품을 파는 아마존과 결합한다면 제게 권할 것은 다이어트 식품일까요 아니면 피트니스 용품일까요. 아마도 두가지 모두가 아닐는지요.

 

결혼 전 매주 지금의 아내와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았던 선배는 결혼 후 아내가 사실은 영화를 좋아하지 않았고 이제는 결혼했으니 더 이상 극장에는 가지 않겠다는 선언에 아연실색했다고 합니다. 그 후 영화관에 가는 일은 직장 동료들과만 가능했다는 웃픈 이야기는 넷플릭스가 모두에게 시청되는 순간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 될 듯합니다. 남녀가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취미가 영화감상이라는 말이 나오기 무섭게 넷플릭스의 시청 이력을 기반으로 한 궁합 앱을 이용해 서로를 맞춰 보는 세상이 머지않아 오게 될 터이니까요. 아니면 넷플릭스가 각자의 집에서 하루종일 영화만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서로의 취향이 같으니 영화는 그만 보고 두 사람이 한 번 만나보는 것이 어떨지 권하는 세상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송길영 마인드 마이너 (Mind Miner)>

 

Posted by 미디어로그 칸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