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5년 전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시 지인 아들의 하나은행 입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금융당국과 하나금융지주가 그동안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을 둘러싸고 진흙탕 싸움을 벌여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사롭지 않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새출발 결의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최 원장은 2013년 지인의 아들이 하나은행에 지원했다는 말을 듣고 추천을 했다. 해당 인물은 최종 합격돼 현재 근무 중이다. 최 원장은 추천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부탁을 받아 (담당자에게) 던져줬을 뿐 채용 과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금감원도 “은행권 채용실태 검사에서 추천자 명단에 기재됐다는 사실만으로 추천대상자를 모두 부정채용으로 본 것은 아니다. 하나은행은 임원들로부터 인재 추천을 받았고 이런 맥락으로 봐야 한다”는 자료를 내놨다. 종합하면 부탁을 전달했을 뿐 청탁은 없었으며, 단순 추천과 점수 조작 등이 수반되는 채용비리와는 달리 판단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금감원은 또 하나은행 측에 최 원장 지인의 자녀가 합격할 당시에 점수 조작이 있었는지를 밝힐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쏟아지는 채용 적폐에 청년들이 무력감을 토로하는 상황에서 금융당국 수장마저 의혹을 받는다는 것은 참담한 일이다. 사장 이름으로 명단을 건네고, 합격 여부를 알려달라는 것 자체가 청탁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그럼에도 관행대로 했으니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해명은 무책임하다. 해당 인물이 최 원장의 추천으로 서류전형을 통과했다면 최종 합격에 개입하지 않았더라도 채용비리에 해당한다. 자신의 결백을 피감기관에 입증해달라고 요청한 것도 이해할 수 없다. 피감기관이 압력을 받았다고 답변할 리 없다. 검찰 등 객관적 조사가 가능한 곳에 수사를 요청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나금융의 태도도 석연치 않다. 최 원장의 채용 관여 의혹은 하나은행 내부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이다. 최 원장의 특혜채용 압력이 사실로 확인되면 이득을 보는 것은 김 회장 진영이다. 최 원장은 그동안 김 회장의 셀프 연임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다. 행여 금융당국 수장을 흔들려는 차원으로 의혹이 제기된 것이라면 옳지 않다. 하나은행은 13건의 채용비리 등의 문제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결과가 나오면 지주 회장이든, 은행장이든 그에 따라 책임을 지면 된다. 꼼수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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