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병규 미디어평론가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라는 갑작스럽고도 충격적인 사태를 맞아 경향신문은 절제되면서도 종합적인 안목으로 이 사건을 보도하고 있다. 특히 북한 연평도 포격 사태 직후 시간에 쫒기는 급박한 상황에서 제작한 24일자 신문 지면은 정보 전달 측면에서나 사태의 배경 분석에 충실했다. 무엇보다 일체의 감정적인 표현을 자제한 1면 머리기사의 제목이 돋보였다.
경향신문은 이날 1면 머리기사 제목을 “북, 연평도에 해안포 공격”이라고 뽑았다. 부제목 역시 “수십발씩 두차례 발사…장병 2명 전사·주민 3명 등 18명 부상’, ‘군, 북 기지 조준 사격…한·미 대북감시태세 ‘워치콘2’로 격상”으로 달았다. 다른 신문들이 “대한민국이 공격당했다”는 식으로 감정을 실어 제목을 뽑은 것과 대조적이었다. 기사의 내용도 그렇지만 일단 확인된 ‘사실’만을 정확하게 보도하려는 ‘절제’가 지면에 반영된 것일 터다.
이날 경향신문은 인천으로 급히 빠져나온 연평도 주민들이 전한 긴박했던 현장 소식을 전하면서도 ‘남북 군사 충돌의 역사’를 통해 이번 포격 사건이 이전의 군사충돌과 어떻게 다른지를, 또 NLL(서해북방한계선) 지역이 남북 군사충돌의 화약고가 되고 있다는 점을 잘 드러냈다. 이어 북한의 연평도 도발의 배경과 의도를 분석하고, 군과 청와대, 정치권, 주변국의 반응과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일목 요연하게 보도, 분석했다. 또 사설을 통해 민간인 거주지역에까지 포격한 ‘북한의 도발’을 비난하고, 정부에게는 사태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엄중하면서도 냉정한 대처’를 주문했다. 경향신문의 평소 취재역량과 편집역량이 잘 조화를 이뤄 빚어낸 지면이라 할 만 하다.
그러나 그 다음날 이후 경향신문의 지면은 이런 침착함과 냉정함에서 조금 벗어난 게 아닌가 한다. 경향신문 1면은 북한 포격 이틀째인 25일에는 ‘군의 엉뚱한 곳 응사’와 ‘교전수칙 수정 검토’라는 정부의 대응 방침에 초점을 맞췄다. 26일에도 낙후해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대포병 탐지 레이터’ 문제를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사설 등에서도 ‘군의 위기대응능력’을 집중적으로 문제삼았다. 북한군이 170여발이나 발사했는데도 우리 군의 대응 포격이 80여발에 그쳤다는 것, 북한군의 첫 포격 이후 우리군의 대응 포격이 15분이나 걸렸다는 점, 연평도에 배치돼 있던 6문의 자주포 가운데 2문이 고장나 대응 포격에 나서지 못했다는 것 등에 주로 주목한 것이었다.
물론 군의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면 큰 문제다. 하지만, 북한군의 기습적인 포격에 대해 우리 군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간단치 않다. 당시 현장 상황과 합참 등의 지휘체계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과 진단이 필요한 사안이다. 기습적인 북한군의 포격에 대한 연평도 현지 부대의 대응은 극히 부분적인 사안이다. 북한군 포격 직후 남북 전투기가 발진해 대치상태에 들어가고 함선들까지 인근해역에 포진한 상태에서 북한군의 포격에 우리가 몇발로 대응했느냐 따위는 지엽적일 수밖에 없다. 보다 중요한 것은 첨단 정보체계와 전 군의 실시간 지휘체계가 작동되고 있는 상황에서 합참 등 군 수뇌부의 정보 분석과 상황 판단, 그 대응이 어땠는가 하는 점일 것이다. 북한군의 포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마치 ‘교전수칙’ 때문인 것처럼 사태를 호도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북한군 연평도 포격 직후 한·미가 곧바로 발표한 미 핵항모까지 참가하는 ‘서해훈련 실시’ 문제도 그렇다. 핵항모 참가 사실에 주변국들은 일제히 민감하게 반응했다. 간 나오토 일본 수상은 전 각료에게 비상대기령을 발동했고,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 온라인판의 주요 ‘키워드기사’가 바로 ‘항모 조지 워싱턴호’가 될 정도였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태가 미·중간의 군사적 긴장으로 고조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한국 언론은 핵항모 참가 훈련의 의미와 파장 보다는 ‘교전수칙’ 같은 문제에 집중했다. 경향신문 또한 마찬가지였다. 한·미 서해훈련이 새 ‘뇌관’으로 떠오른 것은 그 이틀 후였다. 전체적 구도를 읽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번 사태에서 경향신문이 큰 그림을 놓치지 않았으면 싶다.
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민간인이란 말이 있다. 누가 전쟁을 일으켰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전쟁과는 무관한 민간인들에게 돌아간다는 이야기다. 민간인 희생자들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대응(25일자 “형 사망사실, 군도 해경도 나몰라라” 유족들 분통 , 27일자 “민간 희생자 또 ‘찬밥’”)이나 백령도 주민들의 피란행렬(27일)등 이번 사태로 무고하게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에 대해서 경향신문이 앞으로도 계속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라는 갑작스럽고도 충격적인 사태를 맞아 경향신문은 절제되면서도 종합적인 안목으로 이 사건을 보도하고 있다. 특히 북한 연평도 포격 사태 직후 시간에 쫒기는 급박한 상황에서 제작한 24일자 신문 지면은 정보 전달 측면에서나 사태의 배경 분석에 충실했다. 무엇보다 일체의 감정적인 표현을 자제한 1면 머리기사의 제목이 돋보였다.
경향신문은 이날 1면 머리기사 제목을 “북, 연평도에 해안포 공격”이라고 뽑았다. 부제목 역시 “수십발씩 두차례 발사…장병 2명 전사·주민 3명 등 18명 부상’, ‘군, 북 기지 조준 사격…한·미 대북감시태세 ‘워치콘2’로 격상”으로 달았다. 다른 신문들이 “대한민국이 공격당했다”는 식으로 감정을 실어 제목을 뽑은 것과 대조적이었다. 기사의 내용도 그렇지만 일단 확인된 ‘사실’만을 정확하게 보도하려는 ‘절제’가 지면에 반영된 것일 터다.
이날 경향신문은 인천으로 급히 빠져나온 연평도 주민들이 전한 긴박했던 현장 소식을 전하면서도 ‘남북 군사 충돌의 역사’를 통해 이번 포격 사건이 이전의 군사충돌과 어떻게 다른지를, 또 NLL(서해북방한계선) 지역이 남북 군사충돌의 화약고가 되고 있다는 점을 잘 드러냈다. 이어 북한의 연평도 도발의 배경과 의도를 분석하고, 군과 청와대, 정치권, 주변국의 반응과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일목 요연하게 보도, 분석했다. 또 사설을 통해 민간인 거주지역에까지 포격한 ‘북한의 도발’을 비난하고, 정부에게는 사태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엄중하면서도 냉정한 대처’를 주문했다. 경향신문의 평소 취재역량과 편집역량이 잘 조화를 이뤄 빚어낸 지면이라 할 만 하다.
그러나 그 다음날 이후 경향신문의 지면은 이런 침착함과 냉정함에서 조금 벗어난 게 아닌가 한다. 경향신문 1면은 북한 포격 이틀째인 25일에는 ‘군의 엉뚱한 곳 응사’와 ‘교전수칙 수정 검토’라는 정부의 대응 방침에 초점을 맞췄다. 26일에도 낙후해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대포병 탐지 레이터’ 문제를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사설 등에서도 ‘군의 위기대응능력’을 집중적으로 문제삼았다. 북한군이 170여발이나 발사했는데도 우리 군의 대응 포격이 80여발에 그쳤다는 것, 북한군의 첫 포격 이후 우리군의 대응 포격이 15분이나 걸렸다는 점, 연평도에 배치돼 있던 6문의 자주포 가운데 2문이 고장나 대응 포격에 나서지 못했다는 것 등에 주로 주목한 것이었다.
물론 군의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면 큰 문제다. 하지만, 북한군의 기습적인 포격에 대해 우리 군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간단치 않다. 당시 현장 상황과 합참 등의 지휘체계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과 진단이 필요한 사안이다. 기습적인 북한군의 포격에 대한 연평도 현지 부대의 대응은 극히 부분적인 사안이다. 북한군 포격 직후 남북 전투기가 발진해 대치상태에 들어가고 함선들까지 인근해역에 포진한 상태에서 북한군의 포격에 우리가 몇발로 대응했느냐 따위는 지엽적일 수밖에 없다. 보다 중요한 것은 첨단 정보체계와 전 군의 실시간 지휘체계가 작동되고 있는 상황에서 합참 등 군 수뇌부의 정보 분석과 상황 판단, 그 대응이 어땠는가 하는 점일 것이다. 북한군의 포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마치 ‘교전수칙’ 때문인 것처럼 사태를 호도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북한군 연평도 포격 직후 한·미가 곧바로 발표한 미 핵항모까지 참가하는 ‘서해훈련 실시’ 문제도 그렇다. 핵항모 참가 사실에 주변국들은 일제히 민감하게 반응했다. 간 나오토 일본 수상은 전 각료에게 비상대기령을 발동했고,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 온라인판의 주요 ‘키워드기사’가 바로 ‘항모 조지 워싱턴호’가 될 정도였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태가 미·중간의 군사적 긴장으로 고조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한국 언론은 핵항모 참가 훈련의 의미와 파장 보다는 ‘교전수칙’ 같은 문제에 집중했다. 경향신문 또한 마찬가지였다. 한·미 서해훈련이 새 ‘뇌관’으로 떠오른 것은 그 이틀 후였다. 전체적 구도를 읽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번 사태에서 경향신문이 큰 그림을 놓치지 않았으면 싶다.
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민간인이란 말이 있다. 누가 전쟁을 일으켰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전쟁과는 무관한 민간인들에게 돌아간다는 이야기다. 민간인 희생자들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대응(25일자 “형 사망사실, 군도 해경도 나몰라라” 유족들 분통 , 27일자 “민간 희생자 또 ‘찬밥’”)이나 백령도 주민들의 피란행렬(27일)등 이번 사태로 무고하게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에 대해서 경향신문이 앞으로도 계속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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