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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옴부즈만

공정성 확보는 수신료 인상의 전제 조건이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KBS 이사회가 수신료 인상안을 의결했다. 일부 언론들은 수신료 인상을 기정사실화 하고 논란을 벌이고 있지만 법적으로는 아직 방송통신위원회와 국회의 의결 절차를 남기고 있다. 지금까지는 수신료 인상의 직접 이해당사자인 KBS가 인상을 제안한 것에 불과하다. 국민 대다수가 부담해야 하는 준조세와 같은 수신료 인상을 이해당사자가 요구한다고 무조건 들어 준다면 방송통신위원회와 국회가 국민을 위한 기관이 아니라 KBS의 대리인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할 것이다. 이 두 기관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면 지금부터 명색이 ‘공영방송’인

 KBS가 수신료 인상을 요구할 자격이 있는지를 엄밀하게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
 그 자격 요건은 이미 KBS가 밝히고 있다. 수신료 인상안 의결 발표 기자회견 자료에서 건전한 재정과 공정성 확보가 공영방송이 되기 위한 조건이고 이 두 가지가 확보되지 않고서는 공영방송이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건전한 재정 확보를 위해 수신료 인상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이라면 공영방송 수신료를 사용할 자격은 공정한 방송을 하고 있는지 여부다. 그렇다면 수신료 인상을 요구하는 기자회견 자료에 지금 현재 KBS의 공정성은 어느 정도인지, 앞으로 공정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에 대한 언급이 있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없다. 혹시 지금의 KBS가 이미 공정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착각을 하고 있지 않다면 앞으로 어떻게 공정성을 회복할 것이라는 대안제시라도 있어야 할 것이다. 혹 공정성은 장식으로 한 마디 언급한 것에 불과하지 않을까?

 
김인규사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수신료인상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종목 기자

 김인규 사장도 세간의 비판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수신료 인상안을 발표하면서 특정 단체가 KBS의 공정성에 대한 비판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을 진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정말 공정성에 대한 비판이 특정 단체의 의견에 불과할까?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구성원에게 인사에서 불이익을 주고, 비판적인 프로그램을 폐지했던 파멸적 운영은 지금도 정상화되지 않고 있으며, 국가기간 방송이라는 말을 국영방송쯤으로 착각하고 있는 ‘공영방송’ KBS는 정부홍보에 앞장서고 있다. 이런 지금의 KBS에 대한 비판을 특정한 세력들의 목소리로 치부하는 KBS 사장의 인식이 바로 공정성 상실의 원인이다.

 공영방송의 공정성은 매우 중요하다. 대다수의 상업적인 언론으로부터 외면받는 사회적 소수, 약자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사회전체의 균형을 유지시키는 기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KBS는 소수 약자의 목소리가 아니라 소수 권력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이곳저곳에서 비정규직의 신음소리가 들리는데 KBS에서는 들을 수 없다. 최근에는 현대차 비정규노조원이 분신을 하였다. 40년 전 전태일 열사의 분신이 언론의 외면 때문이었던 현실이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그런데 KBS는 오히려 일 년에 두세 번 열리는 G20회의 의장국이 되는 것이 국격이 높아지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고 외국 언론이 비아냥거리는 순간, G20 회의 개최가 반만년 역사의 새 창조라도 되는 양 홍보에 열을 올렸다. 이런 방송을 공영방송이라 할 수 있을까? 이런 방송을 만들라고 수신료 인상을 해줄 수 있을까? KBS는 현재 수신료가 BBC의 1/9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혹 그래서 공정성도 1/9이고 수신료 인상하는 만큼 공정성도 높이겠다는 생각인가. 공영방송의 공정성은 재정건전화의 결과가 아니고 재정건전화를 위한 국민 부담의 전제 조건이다.

 방송통신위원회와 국회의 역할이 남았다. KBS 스스로가 공영방송 요건이라는 밝힌 공정성 회복을 수신료 인상의 전제 조건으로 요구해야 하는 권리와 의무가 이들 두 기관에 부여되어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KBS의 요구였고, 앞으로는 국민을 대변한 방통위원과 국회의원의 공정성 심사가 남아 있다. 방통위와 국회는 국민 부담을 주는 수신료 인상과 관련하여 KBS가 국민 여론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여 국민 의견 수렴 또한 충분히 진행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