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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방송사들, 창조경제 앞다퉈 홍보

방송사들, 창조경제 앞다퉈 홍보



방송사들이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인 ‘창조경제’ 홍보 기수로 나섰다. 정부 부처에서 창조경제 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편성한 예산을 받아 방송을 만들거나, ‘창조’라는 말을 여러 방송에 가져다 붙이고 있다.



KBS는 오는 4월부터 <대한민국 창업 프로젝트 천지창조>를 방송할 예정이다. 이는 예비 창업가나 신생 기업들이 참여해 창업 아이디어를 놓고 대결하는 ‘창업 오디션’ 성격의 프로그램이다. <천지창조>는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창조경제 사업의 일환인 벤처·창업지원 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편성한 예산 20억원으로 제작된다. 







미래부는 지난해 2014년 예산안에 ‘국민참여형 아이디어 오디션 방송 제작 지원’을 위한 예산 20억원을 포함시켰다. 이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미래부 창조경제진흥과 측은 “창업가들이 경쟁하는 모습을 통해 국민들에게 벤처창업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창업을 활성화시키려는 취지로 기획됐다”고 말했다.



미래부에서 올린 방송 제작 지원 예산안은 ‘창조경제를 공영방송에서 홍보하는 것’이라는 비판 속에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12월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통신위원회에서 민주당 장병완 의원은 “방송국 자체 프로그램이 아니고 정부가 KBS에 예산을 지원해 박 대통령이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창조경제를 홍보하겠다는 것”이라며 철회를 주장했다. 그리고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해 폐기되는 듯했다.



하지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갑자기 이 예산이 채택됐다. 한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의 사회복지 쪽 지원을 늘리는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대신 이 예산안을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예산이 통과되자 방송 3사 중 KBS가 제작을 맡겠다고 나섰다. KBS 측은 “정부로부터 제작비를 지원받아 제작하는 경우는 이전에도 있었다”며 “미래부에서 예산을 지원해줬지만 ‘천지창조’라는 프로그램 이름이나 내용 구성은 제작진의 자율성이 보장된다”고 주장했다.



창조경제 홍보는 KBS만 하는 게 아니다. 공영방송인 EBS도 창조경제 홍보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17일 열린 ‘2014 봄 편성 설명회’에서 신용섭 사장은 “창조경제를 견인하기 위해 애니메이션 프로그램 수를 늘렸다”고 밝혔다. 이어 “애니메이션은 창의력과 상상력을 갖춘 산업으로, 창조경제 시대에 맞춰 이 산업을 발전시키자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EBS 관계자는 “EBS 방송의 본질인 ‘교육’보다는 ‘애니메이션 산업’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며 “창조경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애니메이션이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독려하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케이블 방송사인 CJ E&M 역시 정부 지원금을 받아 창조경제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지난해 10월 방송된 tvN 예능프로그램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는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로부터 5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이 프로그램은 일반인 출연자들이 새로운 직업을 만드는 ‘창직’ 아이디어를 내서 겨루는 오디션 형식의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소개에는 “창조경제 일자리 창출, 문화창조기업 CJ가 ‘취업’이 아닌 ‘창직’을 소개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또 CJ E&M은 ‘창조’라는 단어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CJ E&M은 지난해 6월부터 자체 채널과 지상파 방송 3사에 ‘창조경제를 응원합니다’라는 이미지 광고를 하고 있다. 지난달 22일부터는 1인의 멘토가 99인의 패널들과 대화하며 융합작용을 해 미래가치를 생산한다는 취지의 <창조클럽 199>를 방영 중이다. CJ E&M 관계자는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과 관련없이 최근 ‘창조’라는 말이 화두라 그 단어를 자주 사용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민주언론시민연합 이희완 간사는 “자본과 권력에서 독립돼야 하는 언론사가 국민들의 세금인 예산을 배정받아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언론으로서의 근본을 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 정책과 상관없다고 하면서 왜 굳이 프로그램에 정부의 정책을 홍보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창조’라는 단어를 사용하나”라고 덧붙였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