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압박용’인 줄 알았다. 검찰의 태광그룹 수사가 종합편성채널에 지상파와 인접한 낮은 번호를 주도록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를 행정지도 하겠다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발언이 나온 직후 개시돼 그런 줄 알았다. 태광그룹이 SO업계 1위 업체인 티브로드를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는 재벌이어서 그런 줄 알았다. 태광그룹을 압박해 티브로드가 선도적으로 종편에 낮은 번호를 부여하도록 만들려는 것인 줄 알았다.

 헌데 예상 외로 강도가 세 보인다. 태광그룹 본사와 이호진 회장의 자택, 심지어 태광그룹을 세무조사 했던 서울지방국세청까지 압수수색 하는 검찰의 최근 모습을 보노라면 당초의 분석이 한정된 게 아닌가 싶다. 종편 채널 부여 문제 때문이라면 ‘닭 잡는 칼’로도 충분한데 검찰은 ‘소 잡는 칼’을 갈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태광그룹 계열사 흥국생명 광화문점. 김기남 기자)

 이 뿐만이 아니다. 수사 방향이 확대될 조짐까지 보인다. 각종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검찰이 태광그룹 사주 일가의 비자금 출처뿐만 아니라 비자금의 용처까지 뒤지려는 것처럼 보인다. 티브로드가 다른 SO인 큐릭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방송법 시행령 개정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 나아가 청와대 전 행정관과 방송통신위원회 직원에게 성접대 한 사건까지 다시 캘 것처럼 보인다.


 검찰 수사가 실제로 이렇게 진행되면 태광그룹 수사 배경에 대한 분석 틀을 다시 짜야 된다. 방송통신위와 청와대가 검찰의 과녁이 되면, 그들이 태광그룹의 로비를 받아 편의를 봐준 것으로 드러나면 방송이 정치문제로 비화되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의 정당성이 크게 훼손되면서 SO에 대한 행정지도력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착시다. 이 같은 점을 상정하는 건 현재로선 근거가 없는 막연한 예측에 불과하다. 잘 볼 필요가 있다. 검찰에서 ‘공식적으로’ 나오는 수사진행상황은 태광그룹 사주 일가의 비자금 추적에 한정돼 있다. 각종 로비 의혹은, 그에 대한 재수사 여부는 검찰 수사가 아니라 언론 예측이다. 언론이 과거 의혹사건과 최근의 수사를 잇대고 있는 것이다. 언론의 예측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입구’만 수사하고 ‘출구’는 닫아버리면 불똥이 방송통신위와 청와대로 튈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럼 태광그룹 수사와 종편은 별개 사안이 돼 버린다.

           (태광그룹 압수수색. 서성일 기자)

 물론 단정할 수는 없다. 로비 수사가 언론의 예측에 불과하다고 해서 근거 없다고, 현실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김준규 검찰총장이 말하지 않았는가. “돈의 흐름을 찾는 수사”를 강조하면서 “비자금의 실체를 밝혀보겠다”고 밝히지 않았는가. ‘입구’를 뒤지면 ‘출구’까지 뒤져야 하는 게 비자금 수사의 원칙이다. 하지만 숱하게 봐 왔다. 원칙이 사문화 된 사례, 비자금의 ‘입구’는 캤으면서도 ‘출구’는 찾지 않는 수사 전례를 적잖게 목도해왔다.


 그러니까 논외로 하자. 수사가 끝나고 나서 평가해도 늦지 않은 문제니까 서둘 필요가 없다. 그러니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한 가지만 짚자. 언론이 다른 재벌 비리사건과는 다르게 의욕을 갖고 예측까지 쏟아내는 이유를 살피자.


 눈에 띄는 현상이 있다. 로비 의혹 수사 가능성을 점치는 데 보수지와 진보지의 차이가 없다. 이구동성으로 합창을 한다. 왜일까? 보수지와 진보지가 종편 허가를 놓고 극심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왜 합창을 하는 걸까?


 혹시 동음이의어는 아닐까? 종편 허가-채널 부여과정을 지켜본 뒤에 검찰의 태광그룹 수사를 ‘활용하기’ 위해 밑자락을 깔고 있는 건 아닐까? 보수지는 자기 회사가 종편 사업자 선정에서 떨어지면 가만 두지 않겠다고, 그럴 경우 방송통신위와 청와대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에 나설 수도 있다고 신호를 보내는 건 아닐까? 진보지는 종편 허가-채널 부여 과정에서 보수지에 과도한 특혜를 베풀면 방송통신위와 청와대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에 나설 수도 있다고 신호를 보내는 건 아닐까? 정권 ‘압박용’으로 태광그룹 수사를 대서특필하는 건 아닐까?


 만약 이런 분석에 일말의 타당성이라도 있다면 검찰은 화를 자초하고 있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수사보고서’ 수준의 상세한 제보에 고무돼 ‘한 건’ 올리려다가 오히려 뺨을 얻어맞는다는 결론, 동대문이든 남대문이든 어느 한 동네에서는 동네북이 된다는 결론, 뺨만 맞고 화풀이는 하지 못하는 처량한 신세가 된다는 결론 말이다.


|김종배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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