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KBS의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을 접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KBS가 세월호 참사 이전에 비해 너무 달라졌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문창극 국무총리 지명자의 ‘친일 망언’이 담긴 동영상을 최초로 보도한 언론매체도 바로 KBS였다. 또 간판 예능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에서는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정치·사회 풍자 개그코너가 부활했다. 청와대로 상징되는 정치권력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으며 ‘청영방송(청와대가 경영하는 방송)’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칭까지 얻었던 KBS가 공영방송 본연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세월호 참사 왜곡보도→유족들의 청와대 앞 항의시위→김시곤 보도국장 사퇴→기자, PD, 노조의 파업→길환영 사장 해임이라는 극적인 과정을 거쳐 이뤄졌다.
이처럼 KBS가 공영방송으로 가는 걸음을 옮기고 있는 상황에서 엊그제 양대 노조와 기자협회·PD협회 등 16개 직능단체들이 한데 모여 “후임 사장 논의를 시작할 이사회에서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특별다수결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한다. 알려진 대로 KBS 이사회는 여당·야당 추천 이사가 각각 7명과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집권세력이 언제든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인물을 사장으로 앉힐 수 있는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는 셈이다. 따라서 단순 과반다수결이 아닌 3분의 2 또는 4분의 3 찬성으로 사장을 선출하는 특별다수결제를 도입함으로써 지금의 ‘너무 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금이나마 바로잡자고 노조와 기자들은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KBS 노조원들의 간절한 마음
이사회는 KBS를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만들고자 하는 내부 구성원들의 충정 어린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특별다수결제를 도입하려면 방송법을 개정해야 하지만 시간이 없는 만큼 우선은 이사회의 결의만으로도 시행이 가능하다고 법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또한 공영방송의 역사가 오랜 상당수의 국가들도 특별다수결제를 통해 사장을 뽑는다고 한다. 예컨대 일본 NHK 회장은 경영위원회 위원 12명 중 4분의 3 동의로, 독일 ZDF 사장은 정당·노조·사회단체·종교단체 대표로 구성된 방송위원 77명의 5분의 3 동의를 받는다. 장기적으로는 집권세력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그야말로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송이 될 수 있도록 지금의 제도와 관련법 등을 전반적으로 손질해야겠지만 지금 당장은 특별다수결제를 도입하는 것이 공영방송 정상화의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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