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청탁을 받고 뉴스 배치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2016년 10월 네이버 주요 면에 배치했던 한국프로축구연맹 비판 기사를 연맹의 청탁을 받은 뒤 잘 보이지 않는 곳으로 옮겨놓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연맹 측의 청탁 문자메시지에는 “이번 부탁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말도 있다. 기사 배치 조작이 일회성이 아니었음을 시사한다. 다른 힘있는 곳의 청탁도 먹혔을 것이라고 의심하는 게 당연하다. 의혹으로만 제기돼온 네이버의 뉴스 편집 조작이 사실이었다니 충격을 금할 수 없다.
네이버는 국내 뉴스·미디어 검색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미디어 공룡이다. 이렇게 압도적으로 뉴스 검색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포털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그동안 네이버는 언론사의 기사를 받아 재배치하기 때문에 언론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 일로 네이버가 언론의 본질적 기능의 하나인 편집을 하고 나아가 의도적 기사 재배치 등 여론 조작이 가능함을 입증했다. 네이버가 뉴스 편집 조작을 신속히 시인하고 보완책 마련을 약속했지만 이것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갈수록 커지는 네이버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도 심각하다. 네이버는 백화점식 사업확장으로 중소 정보기술(IT)업체와 벤처기업 등의 사업영역을 침범해 왔다. 네이버가 가격비교 사이트와 부동산 검색 시장에 진출한 뒤 많은 기업들이 문을 닫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네이버가 다른 결제수단을 배제하고 자사의 결제수단인 엔페이만을 노출, 지위남용금지조항 위배 혐의로 공정위에 조사가 의뢰됐다. 연매출 5조원이 넘는 대기업이 된 네이버가 독과점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상식에 반한다.
섣부른 규제로 네이버를 위축시키는 것은 안된다. 그러나 네이버도 이제 언론사로서 합당한 규제를 받아야 한다. 온라인 분야는 사업 영역을 획정하기 어려워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네이버의 논리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그제 자유한국당은 “네이버가 여론을 왜곡할 수 있음이 확인됐다”며 규제를 주장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때 청와대가 네이버를 통해 여론조작을 꾀했음이 최근 밝혀졌다. 당파적으로 접근할 일이 아니다. 정치적 목적을 위한 포털 옥죄기는 절대 용납해서는 안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룡이 된 포털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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