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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옴부즈만

[사설]문제 인사의 KBS 이사장 선임, 안될 일이다

이명박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의도가 정권 말기까지 노골적이다. KBS 이사회는 어제 새벽, 9시간의 마라톤회의 끝에 학력변조·부정·정치적 편향성 탓에 지탄을 받아온 이길영 이사를 9기 이사장으로 선임했다. 야당 측 이사 4명이 모두 퇴장한 가운데 강행된 일종의 날치기 표결 결과다.

 

 

이 이사는 1991년에야 대학으로 인정받은 국민산업학교를 졸업했으면서도 수십년간 ‘대졸’로 행세해왔음이 드러났다. 대구경북한방산업진흥원장을 지냈던 2007년에는 친구 아들을 부정 채용한 의혹도 제기됐다.

 

 

전두환·노태우 정부 시절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 등을 지내면서 이른바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해온 데다가 2006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경북도지사 후보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2009년 KBS 감사 선임, 지난 7월 이사 선임 때부터 공영방송에 걸맞지 않은 인물로 지적돼온 이유다. 

 

 


 

이길영(경향신문DB)


 

 

우리가 KBS 이사장 선임을 주목하는 이유는 단지 흠결 있는 인물에 대한 부적절한 인사이기 때문만이 아니다. 대통령 선거라는 민감한 시기를 맞아 공영방송을 관리하겠다는 권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KBS 이사장은 대통령에게 KBS 사장 임명과 해임을 제청할 수 있는 이사회의 수장이다. 당장 오는 11월 임기가 끝나는 김인규 사장의 후임을 뽑는 문제가 걸려 있다. 대선 막바지의 공정보도와도 직결된다. KBS 새노조가 지난달 이 이사의 선임 철회를 요구하며 방송통신위원회와 KBS를 상대로 국민감사를 청구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KBS 이사회조차 이 이사에 대한 각종 의혹을 온전히 묵살하기 어려웠는지 국민감사 결과 위법사실이 드러날 경우 이 이사를 사퇴시키기로 합의했다.

 

 

지난달 말 MBC의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이 확인되면 백지화한다는 꼬리표를 달아 김재우 이사장을 선임한 데 이어 양대 공영방송의 수뇌부가 땜질 식으로 선임된 모양새다. 이명박 정부가 막판까지 무리수를 두는 것은 ‘미래권력’을 꿈꾸는 새누리당 지도부의 암묵적 동의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새누리당은 MBC 노조(171일)와 KBS 노조(94일)의 장기파업에 침묵한 데 이어 KBS 이사회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그릇된 선임과정에서도 발을 빼고 있다.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은 민주주의의 중요한 전제조건의 하나이다. 새누리당이 정치적 셈법에 빠져 이 같은 공영방송의 파행사태를 끝내 방관한다면 올 대선에서 유권자들로부터 그에 합당한 평가를 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