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는 22일 고대영 사장 해임제청안을 의결했다. 임면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재가하면 고 사장은 공식적으로 해임된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11월 사장으로 선임된 지 2년2개월 만이다. 만시지탄이자 사필귀정이다. 고 사장은 이날 이사회에 출석해 “방송법에 임기가 규정된 국가기간방송 사장을 부당하게 해임하면 대한민국 언론사에 큰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9월부터 141일째 총파업을 벌이고 있는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이르면 24일 업무에 복귀하기로 했다. 공영방송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지난 10년간 처참하게 무너졌던 KBS가 정상화의 물꼬를 튼 것이다.
허욱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왼쪽)이 26일 오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기정위)에서 열린 KBS, EBS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고대영 KBS 사장 뒤를 지나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KBS 이사회가 밝힌 것처럼 고 사장의 해임 사유는 차고 넘친다. 지난해 6월 내부 구성원 88%에게 퇴진 요구를 받아 최악의 불신임률을 기록한 고 사장은 권력의 방송장악에 부역하며KBS를 철저하게 망가뜨렸다. 지난해 12월 방송통신위원회의 지상파 재허가 심사에서 KBS가 사상 처음으로 합격점수에 미달해 조건부 재허가를 받은 것은 공영방송의 위상이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고 사장은 보도국장 재직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와 용산참사,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검증 보도 등을 축소·왜곡해 KBS뉴스를 조롱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게다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정 기사를 보도하지 말아달라는 요청과 함께 현금 2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보도본부장을 맡았던 2011년에는 KBS 기자가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를 몰래 녹음해 당시 한나라당에 전달한 ‘민주당 도청 의혹 사건’의 배후로 지목받기도 했다. 사장 재임 시절에는 KBS의 신뢰도와 영향력을 추락시켰고, 총파업 사태를 초래하고도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는 등 무책임한 행태로 일관했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정치권이 방송법 개정안을 처리하면 물러나겠다”며 보수야당과 결탁해 임기를 채워보겠다는 ‘꼼수’를 부려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고 사장 해임을 계기로 KBS 구성원들과 이사회는 공정방송을 실천하는 데 전력을 쏟아야 할 것이다. 새 체제 구축과 내부 개혁에 주력하고, 보도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시민의 신뢰를 받는 ‘국민의 방송 KBS’로 거듭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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