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방송은 독자와 시청자 불만을 수렴해 시정하기 위해 옴부즈만 제도를 두고 있다. 방송법이 시청자위원회 규정을 강화한 것도 옴부즈만 제도를 살리자는 취지다. 미국 언론의 옴부즈만은 언론사 내부 조직이면서도 외부 기관 못지않게 자기 매체를 혹독하게 비판한다. 뉴욕타임스는 2003년 제임스 블레어 기자의 날조·표절 기사 사건이 터지자 기사 심의와 독자 불만 의견을 전담하는 옴부즈만 제도를 새로 도입했다.
KBS가 옴부즈만 제도 운영과 관련한 보복 인사 시비에 휘말렸다. 발단은 지난달 22일 방영된 옴부즈만 프로그램 <TV비평 시청자데스크>가 “국정원의 대선 개입 사건을 보도한 KBS <뉴스9>가 공영방송임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의 댓글 공작 의혹에서부터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검찰 수사 발표까지 단순한 사실 전달에만 그쳤을 뿐, 그 의미를 제대로 짚지 못했다”고 비판한 것이었다.
‘뉴스9’ 국정원 보도를 비판한 ‘TV비평 시청자데스크’의 방송장면. _ KBS 방송화면 캡처
닷새 뒤 KBS는 <시청자데스크> 제작을 담당한 시청자본부 시청자국 고영규 국장과 시청자서비스부 홍성민 부장을 보직해임하고 대기발령 인사를 냈다. 이에 KBS PD협회, 기자협회와 민언련 등 언론단체 등은 “문책성 인사이며 자사 비평프로그램에 재갈을 물리려는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제작한 현상윤 PD는 “명색이 법으로 보장된 옴부즈만 프로에서 KBS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게 그렇게 잘못된 일인가”라고 물었다. 법으로 보장됐다 함은 방송법을 말한다. 방송법은 “방송사업자는 시청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시청자위원회를 두어야 하며, 시청자 평가프로그램을 편성해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KBS는 이 인사가 7월 조직개편을 앞두고 단행된 대폭 인사의 일부라며 부당인사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몇 가지가 보복인사의 개연성을 뒷받침한다. 길환영 사장은 일요일인 방송 이튿날도 출근해 크게 화를 내며 각 본부장들에게 방송이 나가게 된 경위를 따져 물었고, 다음날 임원회의에서도 조사를 지시했다고 한다. 이것을 단순히 오비이락이라고 보기 어렵다. 뭐니뭐니 해도 그간 KBS의 공정과 거리가 먼 보도 행태가 움직일 수 없는 증거다. <시청자데스크>가 지적한 바대로 KBS <뉴스9>는 3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을 누락시키는 등 “권력의 눈치를 보는 듯한 보도 태도를 보였다”. 많은 시청자들이 이 옴부즈만 프로에 대해 “지상파에서 모처럼 보게 되는 시원한 방송”이라 호평했다. 시청자에 앞서 권력부터 바라보는 이들이라면 충분히 분개할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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